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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멈가 Jun 08. 2023

꿈은 기둥이다

연약한 우리가 무거운 현실을 살아내는 방법


 결혼 후 처음으로 처가댁 식구들과 여행을 다녀왔다. 덕분에 난생처음으로 100만 원이 넘는 펜션 구경도 했다. 넓은 마당, 좋은 시설 모두 좋았지만, 특히 맘에 들었던 것은 풀장이었다. 저녁에 한참을 놀고는 다음 날 이른 아침부터 또 수영했다.


'맞다, 나 원래 물을 좋아했지..'


 숨이 가빴지만, 기분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중력으로부터의 해방감과 오직 나만이 존재하는 듯한 물속의 그 고요함을 좋아했다. 한때는 프리 다이빙에 빠져 고막에 피딱지가 맺히도록 물속을 탐하기도 했다. 그토록 물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일을 하면서부터는 여유가 점차 사라져갔다. 업무에 익숙해지면 되찾을 거로 생각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내가 무얼 좋아했는지조차 잊어, 갑자기 시간이 생기면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못한다. 늘 하고 싶은 일이 넘치던 20대와 비교되어 씁쓸하기만 하다.


 그러고 보니, '버킷리스트'라는 말이 요즘은 잘 들리지 않는다. 예전에는 서로의 버킷리스트에 관한 얘기 나누는 것이 참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이제 꿈 타령을 한다면 철없다는 소리를 듣기 일쑤이다. 세상은 더 이상 내게 관대하지 않다. 나이가 들수록 꿈보다 현실을 직시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그 사실에 저항하고 싶다. 아직은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꿈을 놓는 순간, 현실은 더 무거워질 것을 알기 때문이다.


 연예인이나 걸리는 줄 알았던 우울증과 공황장애는 이제 너무나 흔한 질병이 되었다. 더 이상 다른 사람 얘기가 아니다. 대부분 의욕 저하와 우울감을 묻어둔 채 살아간다. 그만큼 현대인이 받는 스트레스는 가혹하다. 기껏해야 마을 단위로 관계를 맺던 선사시대 때와 달리, 이제 사람들은 범세계적으로 관계를 맺고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우리의 몸은 아직 그만큼 진화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현대의 삶은 인간이라는 연약한 존재가 버텨 내기에는 너무 버겁다.


 꿈을 놓지 말아야 할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꿈은 기둥이다. 무거운 현실의 하중을 받아준다. 꿈 따위 사치라며 놓아버리는 것은, 기둥 없는 집에 사는 것과 같다.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꿈은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부디 사람들이 자신만의 버킷리스트를 간직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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