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
아내는 요즘 들어 서울살이를 힘들어한다. 내색하진 않지만 나도 마찬가지이다. 옴짝달싹 못 하는 만원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는 것도, 좁은 연구실에서 부대끼며 일하는 것도 점차 회의를 느낀다. 한적한 곳으로 이사 가고 싶다는 생각이 수시로 든다.
여러 현실적인 문제로 서울을 떠나진 못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밥벌이 때문이다. 회사를 벗어나면 당장 먹고살 걱정에 잠 못 이룰 게 뻔하다. 공간에 얽매이지 않고 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내겐 판타지 같은 이야기이다.
문득 프리랜서의 삶이 궁금해졌다. 내겐 판타지지만 그들에겐 일상이지 않은가. 궁금한 게 생기면 으레 그랬듯, 나는 프리랜서 관련 책을 찾아보기로 했다. 타인의 삶을 엿보는 데엔 책만 한 게 없다.
물가 상승률을 못 따라가는 월급 탓에 누구나 N잡을 고민하는 시대이다. 그 흐름을 타듯, 서점가엔 퇴사를 부추기는 책투성이다. 제목을 빠르게 훑어보았다. 나는 지나치게 유혹적인 제목은 거르는 편이다.
마침내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세바시에 출연했던 서메리 작가의 <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라는 책이었다. 당시 그녀의 강연이 인상 깊어 검색해 봤고, 언젠가 읽어 볼 요량으로 메모장에 적어둔 책이다. 시간이 꽤 흘러 영영 안 볼 줄 알았는데 결국 이렇게 만난다. 우습게도 나는 회사로 향하는 지하철에서 <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를 읽었다.
이 책은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저자가 고심 끝에 퇴사를 결정하고, 프리랜서로서 자리 잡는 데까지, 그 여정을 낱낱이 다루었다. 프리랜서의 삶을 이야기하지만, 그렇다고 프리랜서가 더 좋다고 말하지는 않는다(개인의 만족과는 별개로). 직장인과 프리랜서를 모두 겪어 본 입장에서 양쪽의 장단점을 가감 없이 얘기해줘서 도움이 되었다. 덕분에 프리랜서는 생각처럼 프리하지 않다는 걸 알았다. 물론, 그렇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서메리 작가의 꼼꼼한 필력에 그 사실이 더욱 와닿았다.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프리랜서의 길을 택했다. 그리고 그 삶에 매우 만족해한다. 덕분에 나도 읽는 내 대리 만족했다.
책을 덮었을 때, 나는 아직 회사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닿았다. 귀엽지만 안정적인 급여가 필요하고, 4대 보험과 대출이 필요하다. 게다가 아직 배워야 할 기술이 많다. 아무리 복잡한 서울이라지만, 아직은 붙어있어야 할 이유가 더 많다. 어쩌면 나는 직장에 더욱 전념해야 할 이유를 찾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런 내 결론과는 별개로, 우린 언젠가는 반드시 프리랜서가 될 수밖에 없다. 회사는 늙고 힘 빠진 직원을 품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정년퇴직 후에도 40, 50년을 더 살아야 한다. 그땐 스스로 밥벌이를 해야 한다. 그러니 지금부터 궁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