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게으른 사람이라고 오해했다.
아내는 집에 있을 때 침대 밖을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누워서 영상만 본다. 그러니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
좀 부지런하게 살 수 없냐는 내 잔소리에는 언제나 ’일이 너무 힘들었어‘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그런 아내가 한동안 무리했는지 몸에 이상이 왔고, 결국 일주일의 휴가를 냈다.
이틀 동안은 역시나 이불에서 나오질 않았다. 소중한 휴가를 저렇게 낭비할 셈인가 하고 걱정했다.
그런데 삼 일째부터는 조금 달랐다.
푹 쉬었는지 안색이 밝아졌다. 웬일로 일찍 일어나, 같이 운동 가자고 했다. 운동하고 돌아온 아내는 개운하고 좋다고 말했다. 잠시 잊고 있었다. 아내도 운동이 주는 개운함을 아는 사람이었다.
오랜만에 요리도 해 먹었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지쳐서 한동안 요리는 생각도 못 했던 우리다. 냉장고에서 이것저것 꺼내더니 나물 반찬과 잡채, 찌개 등 뚝딱 만드는 모습을 보니 신기했다. 또 잊고 있었다. 아내는 먹는 것만큼이나 요리하는 것도 좋아하는 여자였다.
20대의 아내가 얼마나 활동적이고 부지런했는지 봤으면서도 잊고 있었다. 힘들다는 말에 토닥여주면서도 마음 한구석엔 나도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남편 노릇은 처음이라서, 그릇이 충분히 크지 못해서, 내 한 몸 건사하기도 버거워서 아내를 감싸안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