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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장벽은 반드시 무너진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by 멈가




아마존에서 머지 않아 한글 서비스가 도입될 것이라는 예언 글을 보았다. 글쓴이는 아마도 국내 출판 업계가 모두 무너지리라 예상하는 듯했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예견이다. 이미 AI는 텍스트를 꽤 자연스럽게 번역해 주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아마존에 한국어 서비스가 도입되는 건 시간문제인 듯하다.



언어의 장벽, 수천 년 동안 인류를 나누고 가로막던 그 거대한 장벽이 무너진다. 어쩌면 그 붕괴를 직접 목격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조금은 두렵고 조금은 설렌다. 처음엔 그저 즐거운 생각이 들었다. 언어 문제가 해결되면 여행을 200%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얼마 전 여행만 보더라도 그렇다. 후지노미야라는 일본의 작은 마을을 다녀왔는데 번화가에서 몇 정거장 떨어져 있지도 않지만, 언어의 장벽을 고스란히 느껴야 했다. 이곳에 숙소를 잡고 머무는 관광객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식당에서는 한국인인 우리를 어려워했다. 오사카에서는 흔하던 한국어 메뉴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식당이 영어 메뉴판조차도 없었다. 우리는 번역기도 사용해 보고, 손짓발짓하며 어렵사리 주문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엉뚱한 메뉴가 나오기도 했다. 내겐 그 모든 상황이 여행의 일부였지만, 와이프는 많이 수고스러운 듯했다.



그런 불편함이 곧 사라지는 것이다. 어떤 형태로 나올지는 모르겠다. 1차원 적으로 상상해 보건대, 귀에 착용하는 즉시 통역 기기일 지도 모른다. 아, 그런 건 이미 나왔다고 한다. 그렇다면 뇌에 칩을 심는 방식은 어떨까? 형태와 방법이 어떻든, 이제 해외의 식당에서도 주문을 못 해 애먹는 일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다가 조금 진지한 생각이 들었다.


'배움의 기회가 넓어지겠구나'


아무리 인터넷이 정보의 바다라고는 하지만, 그동안은 영어를 할 줄 모르면 그 지식이 네이버에 국한되지 않았던가? 이제는 네이버 블로그보다 구글 블로그가 유리할지도 모르겠다. 언어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구글을 서핑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전 세계 사람들이 평등한 기회를 얻는다. 워런 버핏의 금융 조언을 아버지의 잔소리 마냥 들을 수 있게 된다. 미국 증시를 제 3자의 해석을 통해서가 아닌, 직접 듣고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게 된다. 원서를 편안하게 읽을 수 있게 된다. 출생지는 어쩔 수 없어도 살아갈 나라만큼은 게임 속 플레이 장소를 고르듯 쉬워진다. 이 모든 게 더는 허구처럼 들리지 않는다.



인간의 가장 강력한 힘은 말도 안 되는 걸 상상하고, 상상한 바를 기어코 만들어 내는 것이다. 언어의 장벽은 반드시 무너진다. 나는 전문가도 아니고 점쟁이도 아니지만 붕괴가 임박했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때에도 우물 안 개구리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순식간에 도태될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깊이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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