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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틴 혹은 습관에 대하여

우리는 의도대로 하루를 만들어가는가?

by 멈가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다. 사람은 그다지 이성적인 동물은 아니라는 사실을. 그래서 인생을 즉흥에 맡겨버리면 그다지 잘 풀리지 않는다. 인생이라 하니 거창하지만, 작게는 단 하루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루틴이라는 게 없다면 말이다.



루틴은 일종의 습관이다. 한 번 만들어 놓으면 생각하지 않고도 몸을 움직인다는 점에서 습관과 닮았다. 누군가는 동의어로 쓰는 듯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습관은 살다 보니 우연히 만들어지는 경향이 있다. 반면 루틴은 특별한 의도로 만든 시스템이다. 습관은 수동적이고, 루틴은 능동적이다.



잠깐 일상을 되짚어 보자. 많은 사람이 이런 하루를 보낸다. 습관적으로 일어나고, 습관적으로 씻고, 습관적으로 출근하고, 습관적으로 일하고, 습관적으로 점심을 먹고, 습관적으로 퇴근하고, 습관적으로 누워서 티브이나 폰을 본다.



인지하든 못하든, 우리의 하루는 습관의 집합이다. 사람은 생각보다 생각하지 않는다. 살다 보니 만들어진 습관에 의해서 흘러갈 뿐이다. 그렇게 흘러 다니는 게 좋다면 상관없지만, 삶의 주도권을 잡고 싶다면 반드시 루틴이 필요하다.



앞서 말했듯, 루틴에는 특별한 의도가 들어간다. 그 의도는 '자신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따라 다르다. 건강한 삶을 원한다면, 운동을 하루의 루틴에 꼭 넣어야 한다. 당연한 말처럼 들리겠지만, 주변을 보면 운동을 하지 않으면서 왜 자신의 건강하지 못한지 모르거나, 알면서도 실행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내게도 루틴이 하나 있다. 출퇴근 길, 대중교통에서는 항상 독서한다. 지하철에 타면, 자동으로 가사 없는 잔잔한 음악을 틀고 책을 펼친다. 4년 전부터 읽은 책을 메모장에 적어 놓았는데, 왕복 45분 정도 걸리는 그 시간에 읽은 책이 대략 90권이다.



독서 루틴에 들어간 내 의도는 '보다 잘 사는 것'이다. 지금보다 내일, 내일보다 10년 뒤 더 잘 살고 싶었다. 그래서 주로 어떻게 하면 더 잘 살 수 있는지에 대한 책을 읽는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지만 수많은 예시를 보면 얼추 옳은 것과 옳지 못한 것 정도는 구분할 수 있게 된다. 독서라는 루틴으로 나는 의도대로 발전 중인 것이다.



흘러가는대로 살 것인가, 만들어 갈 것인가?


다시 말하지만, 사람은 그다지 이성적인 동물이 아니다. 건강식보단 자극적인 걸 먹고 싶고, 운동보다는 쉬고 싶다. 그리고 독서보단 재미있는 영상을 보고 싶다. 게으르거나 멍청해서 그런 게 아니다. 그냥 사람이란 원래 그런 동물이다. 하지만 그렇게 감정에 의존해 의사결정을 내리다 보면, 내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상태에 빠진다. 싫든 좋든 생각하기도 전에 움직여 버리는 루틴이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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