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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혹은 잡념

by 멈가

오늘도 여러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극지 연구소에 합격해서 남극으로 파견갔다면 지금쯤 뭐 하고 있을까?'

'호주에 있을 때 영주권까지 받았다면 어땠을까?'

'다시 호주로 가서 일해보는 건 어떨까?'



멋진 말로는 꿈꾼다고 할 수 있고, 무난한 말로는 이런저런 생각이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안 좋은 말로는 잡념에 빠진다고 할 수도 있다.



나의 상상은 대개 어디론가 떠나 방랑하는 삶에 관한 건데, 역마살이라도 있는 건지, 아니면 그저 누구나 종종 하는 상상일 뿐인지 모르겠다. 분명한 사실은 남들보다 더 자주, 더 진지하게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이 좁은 땅에서 평생을 살다 죽는 것보다 끔찍한 건 내게 없다.



안타깝게도 우리 엄마는 나의 이런 상상을 좋아하지 않는 듯하다. 혹여나 실행이라도 할까, 걱정하는 것 같기도 하다. 평생 엄마를 지켜본 나로서는 충분히 이해한다. 아직 부모가 되어본 적은 없으나, 듣기로 부모의 행복은 자식의 행복이라 한다. 결코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아온 엄마는 내가 그저 별 탈 없이 직장 생활을 하며 착실하게 돈을 모아가길 바랄 것이다. 그런데 자꾸 딴생각을 품으니, 걱정이 될 만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늘 상상하고, 기회를 엿본다. 사실은 이렇게 글 쓰는 것도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먹고 살기를 바라는 속뜻이 있다. 난임 연구원이란 내 직업도 마찬가지이다. 딱히 인류애가 뛰어나지도 않으면서 열심히 기술을 갈고닦는 이유는 배워두면 어느 나라에 가서도 먹고 살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철이 들면 나아질까 싶었지만, 아무래도 그것과는 관련이 없나 보다. 나는 여전히, 아니 오히려 20대의 나보다 더 간절하게, 그리고 더 치밀하게 방법을 강구한다. 부모님 속이야 어떻든, 이런 게 삶의 원동력이 된다면 그걸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미래에 대한 설렘이 없는 것보다야 낫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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