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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멈가 Jun 22. 2023

글쓰기로 조각 모음

메타인지를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



사람은 오감 중 시각 의존도가 가장 높다. 눈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는 말이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비교적 잘 이해한다. 예를 들어, 보통 사람이라면 자신의 생김새가 어떠한지 잘 안다. 하루에도 수없이 거울을 보며 외모를 체크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보이지 않는 부분이다. 우리의 마음은 거울에 비추어지지 않는 탓에, 제 생각이나 감정 상태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이를 두고 메타인지가 낮다고도 한다. 메타인지란 ‘자기 생각에 대해 판단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인지하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을 너무 어설피 안다. 생각에 관한 생각을 해본 적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현재 직업을 선택한 이유를 물으면, 한참 뜸 들인 뒤 '어쩌다 보니', '돈 벌려고'라는 등의 대답을 하는 경우가 많다. 틀린 말이라고 할 수는 없느나, 수많은 직업 중 현재의 직업을 선택한 데엔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다. 다만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누군가 내게 와이프와 결혼한 이유를 물었다고 하자. 불과 반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음.. 그냥, 같이 있으면 편해서 좋아." 사실이긴 하나, 결혼한 이유를 설명하기엔 한참 부족하다. 듣는 이는 의아하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편하다는 이유만으로 결혼해?'



그런데 만약 지금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내가 불안정하고 위태로웠던 시기에, 와이프는 한결같이 내 옆에 있어 주었어. 이젠 내가 버팀목이 되어주려 해." 멋진 대답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건 별로 중요치 않다. 내 마음이 어떠한가를 분명하게 말할 수 있음이 핵심이다. 



전자와 후자 사이에 무슨 변화가 있었을까?


사실 나는 최근에 '와이프와 결혼을 결심한 이유'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두 시간 이상 고뇌하며 에세이 한 편을 완성했다. 전자의 경우, 정말로 이유를 몰라서 그렇게 대답한 것이 아니다. 이미 답은 내 안에 있었다. 다만, 정보가 조각난 상태로 저장되어 있었기 때문에 명확하게 대답하지 못한 것이다.



글쓰기는 '조각 모음'이다. 컴퓨터의 디스크 환경을 최적화하기 위해 조각 모음을 하듯, 글 쓰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겪는 사색을 통해 정보의 파편을 맞춘다. 그렇게 맞추어진 정보는 말로 꺼내어 놓기 쉽다. 즉, 자신을 알고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면서 자신을 알아가는 것이다. 글쓰기가 메타인지를 향상하는데 탁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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