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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멈가 Jun 30. 2023

필름 카메라가 찍어주는 쉼표

포기할 수 없는 아날로그의 매력

 장롱 구석에서 오래된 필름 카메라 하나를 발견했다. 엄마가 쓰던 카메라인데, 그 디자인이 꽤 마음에 들어 언제 한 번 써보려고 보관해 두었다. 그런데 막상 사용하려고 보니 상태가 이상했다. 플라스틱 부분은 삭아 부서지고, 제대로 작동이 되는지조차 의심스러웠다. 결국 수리를 맡기기로 했다.


 장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사장님은 그 자리에서 카메라를 분해했다. 나는 조용히 그 모습 보며 기다렸다. 한편으로는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능 좋은 스마트폰이 있는데 굳이 오래된 카메라를 수리하는 게 돈 낭비가 아닐까 싶었다.


 다행히 그런 찝찝함은 오래 가지 않았다. 깨끗하게 잘 수리되어 작동하는 카메라를 보니, 새 카메라를 얻은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과연 필름 카메라의 결과물은 어떨까?’ 조만간 떠날 휴가에 가지고 갈 생각에 조금 설레었다.


 그러고 보면 나는 늘 아날로그를 사랑했다. 스마트워치가 대세지만, 그건 진정한 시계가 아니라며, 여전히 초침이 달린 시계를 찬다. 또 일터에 있는 첨단 장비들의 주렁주렁 거리는 전선들은 내게 흉할 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전자기기는 그 생명력을 잃어가지만, 아날로그는 더욱 멋스럽게 변한다.


 이렇게 시대에 뒤떨어진 감성을 가진 것이, 다행히 나뿐만은 아닌가 보다. 수리를 기다리는 동안 손님이 여럿 다녀갔는데, 하나같이 젊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왜 굳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필름 카메라를 고쳐 쓰려는 것일까?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데도 사용하려는 것은 쉽게 놓지 못할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정신 차릴 새 없이 빠르게 흘러가는 현대에서, 아날로그는 우리에게 여유를 가지라고 말하는 듯하다. 셔터를 누르고, 필름을 모두 채우고, 현상하는 그 과정에는 모두 쉼표가 있다. 그 과정을 한번 겪어보고 싶다. 비록 수지타산이 맞지는 않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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