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늘 작게 만들던 녀석이 알고보니..
내 마음속에는 라이벌이 한 명 있다. 그는 내가 어떤 감정으로 자신을 보는지 모른다. 100% 혼자만의 경쟁인 것이다.
그 친구는 대학교 후배이다. 최근 그의 SNS에 한 대학교에서 특강을 하는 사진이 올라왔다. 대학교 강의! 그건 사실 내 꿈이기도 했다. 대학생 시절 좋아하는 교수님을 보며 남몰래 꿈을 키웠다. 좋지도 않은 머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려고 했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그러나 박사는 아무나 하는가? 석사와는 달리, 박사는 적당한 노력으로는 결코 학위를 받을 수 없다. 열정과 끈기 그리고 금전적 문제 등으로 보았을 때, 당장 박사학위를 고집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훗날을 도모하며 석사 학위로 취업했다. 그렇게 계획이 틀어지자, 나는 교단에 설 길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하필 그 녀석이 먼저 선수를 친 것이다. 그것도 훨씬 빨리 말이다. 또다시 작은 패배감을 느꼈다. 스스로 생각해도 참 옹졸하다. 라이벌이라고 했지만, 사실 나와는 그릇 자체가 다른 친구이다. 그는 학생회장 출신이라 발도 넓고, 그 누구와도 잘 지낸다. 게다가 목표한 바를 치밀하게 준비하고 이루어 내, 주위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고는 했다. 어찌나 성과를 잘 내는지 얄미울 정도였다. 그러니까 내가 밥그릇이라면, 그는 냉면 그릇이랄까?
대학 졸업 후 지금까지 내면적으로 큰 성장을 이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끔 들려 오는 그의 소식은 늘 나를 작게 만들었다. 따라잡기는커녕, 우리의 격차는 더욱 벌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를 보며 생각했다. '왜 나는 저렇게 하지 못하는 걸까?' 마치 학원물의 전형적인 클리셰, 전교 1등을 따라 하는 2등 이야기처럼, 그가 읽은 책을 따라 읽어보기도 했다. 또 주기적으로 강연을 들으러 간다기에 지금은 나도 한 달에 한 번은 꼭 자기 계발 강연에 참석한다.
그러고 보니 친구가 내게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미쳤다. 나를 늘 작게 만들던 녀석이, 알고 보니 나를 크게 만드는 데 한몫한 것이다. 사실 그는 나의 좋은 후배이자, 선생이기도 하다. 인생지사 새옹지마 아니던가. 언젠가 비슷한 위치에 섰다고 생각이 되면, 웃으며 말하고 싶다. 늘 라이벌로 생각했다고. 성장에 도움을 주어 고맙다고. 그렇게 크게 한턱 낼 날이 오면 좋겠다.
암, 한국인이라면 밥그릇이 최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