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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멈가 Jul 12. 2023

지구 반대편 초장거리 우정


 “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낫다.” 서로의 신변에 대해 잘 알고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이웃이 멀리 사는 친척보다 낫다는 뜻의 속담이다. 물리적 거리는 분명 마음을 나누는 데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거리가 반드시 마음의 깊이와 비례하지는 않은 것 같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참 별나다. 특히 나는 더욱 그렇다. 매일 보는 동료들에게는 마음의 벽을 완전히 허물지 못하지만, 고작 세 번 본 사람에게는 완전히 마음을 내어주기도 하니 말이다. 오늘은 내가 가진 아주 특별한 인연에 관해 얘기해 보려 한다.


 고작 세 번 만난 파티마라는 친구는 이집트 사람이다. 페이스북을 통해 처음 알게 되어, 종종 채팅을 통해 인사를 나누었다. 그러다 이집트 여행을 갔을 때 처음 만나게 되었다. 둘 다 말이 없어, 오디오가 자주 비었지만, 이상하게 어색하지 않았다. 오래된 친구처럼 말없이 걸어도 즐거웠다. 파티마 덕분에 나는 이집트에서 감히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추억을 만들었다.


 오래지 않아 두 번째 만남이 이루어졌다. 평소 한국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이집트 한국문화관에서 주최하는 어떤 이벤트로 한국을 방문한 것이다. 드라마와 예능으로 많이 접해서인지 한국에 있는 모습이 자연스러워 보였다. 정해진 일정이 있었기에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래서 더욱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다시 만난 것은 작년 12월. 두 번째 만남으로부터 약 6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어느새 대학교를 졸업한 친구는 한국 기업에 취업해, 한국으로 출장을 왔다. 살인적인 출장 일정으로 얼굴이나 볼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이런 우연이. 회사에서 제공한 그의 숙소는 우리 회사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호텔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만큼 반가움도 컸다. 이제는 풋풋함이 사라진 서로의 얼굴을 보니 그저 웃음이 나왔다. 그간 안부를 묻는 것만으로 약속된 시간이 모두 지났다.


 그렇게 우리는 딱 세 번 만났다. 마지막 인사를 하며, 과연 또 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우리 인연은 생각보다 질겼다. 조만간 또 보게 되었으니 말이다. 한국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그가 한국에서 석사과정을 밟기로 한 것이다. 그의 이력서를 여러 차례 고쳐주며 그동안 그가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지 알 수 있었다. 지금 보니 나는 똑똑하고 진취적이면서도 겸손한 그의 성향에 끌렸던 것 같다.


 우정이니 뭐니 하는 것에 별 관심이 없는 내가, 지구 반대편에 있는 친구와 이토록 인연을 유지해 왔다는 사실은 나조차 놀랍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이 우리의 우정만큼은 빗나갔나 보다. 파티마는 종종 내게 카톡으로 연애나 인생 상담을 해온다. 누구나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 시대에, 물리적 거리는 그다지 중요치 않게 된 것이다. 그에게 나는 비밀 누설 걱정이 없는 편한 하소연의 대상이며, 한국어 선생님이기도 하다.


 지금도 우리는 자연재해나 군사적 이슈가 있을 때면 가장 먼저 안부를 묻는다. 가까운 이웃도, 그렇다고 먼 친척도 아니지만, 어느새 마음의 거리는 그보다 훨씬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글로 쓰고 보니, 그는 생각보다 더 특별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없을 인연에 감사하고 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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