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멈가 Jul 25. 2023

삶에 절대로 소홀할 수 없는 이유


 가요보다는 잔잔하고 가사가 없는 지브리 등의 뉴에이지 음악을 선호한다. 집중력을 흐리지 않아, 노트북 작업이나 독서할 때 특히 듣기 좋다. 늘 유튜브로 뉴에이지 음악을 듣다 보니, 한 번쯤은 실제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고 싶었다.


 바로 며칠 전, 좋은 기회가 생겨 어머니와 히사이시 조 음악 콘서트에 다녀왔다. 혹시 지루하지는 않을까 걱정도 조금 했는데, 다행히 그런 걱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시작을 알리는 팀파니의 울림에 엄마는 깜짝 놀랐고, 이내 몰입했다. 나 역시 곧 빠져들었다.


 음악과 악기에 대해서는 아는 게 적어, 그 순간을 잘 묘사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오케스트라는 눈과 귀로 함께 즐기는 공연이라는 것이다. 땀 흘리며 손짓하는 지휘자와 일사불란한 연주자들은 흡사 잘 훈련된 군대 같기도 했다.



콘서트홀과 영화관의 가장 큰 차이라면, 콘서트홀은 스테이지 반대편에도 객석이 있다는 점이다. 덕분에 반대편 사람들의 표정도 관찰할 수 있었다. 눈과 귀로 즐기는 것이라는 말을 증명이나 하듯, 모두 눈이 바빴다. 어떤 사람은 지휘자를, 또 어떤 이는 첼로를, 또 다른 이는 오보에를 보고 있었다. 나는 처음부터 엄마를 놀라게 했던 팀파니 연주자에 자꾸만 눈이 갔다. 작은 체구의 여성이 커다란 팀파니를 두들겨 웅장한 소리를 내는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다.

 

 오케스트라 무대 위에서는 연주자 전원이 주인공인 동시에, 어느 한 명도 주인공은 아니었다. 지휘자에게 가장 시선이 많이 가는 것은 사실이나, 그 순간에도 다른 누군가는 하프나 더블 베이스 연주자를 보기 때문이다. 그곳에 없어도 되는 악기는 없다. 그래서인지 누구 하나 연주에 소홀하지 않다.


 

 그러한 모습이 우리의 삶과 닮았다. 지휘자처럼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사람을 볼 때면 괜히 작아진다. 나에 비해 훨씬 중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도 내 삶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는, 어떤 순간에도 나만을 봐주는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아니지만 주인공이라는 역설도 바로 그런 의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연구를 하지 않는 연구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