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뜻미지근함은 예술의 경지
대부분 그렇듯, 나 역시 성격에 여러 결함이 있다. 그중 하나는 매사에 뜨뜻미지근한 성향이다. 이게 참, 콤플렉스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게, 사는 데 딱히 지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무언가에 열정을 불태우는 사람을 보면 매번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왜 이렇게 뜨뜻미지근할까?'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꽤 오랫동안 이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러한 성향을 반드시 고쳐야 할 단점으로 여겼다. 적어도 지난달까지는 말이다.
한 사람을 만난 뒤, 이런 나의 콤플렉스가 삶의 무기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는 내 마음대로 인생의 멘토로 정한 남자인데, 지난달 있었던 강연에서 그가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뜨뜻미지근함은 예술의 경지입니다.”
뜨뜻미지근함은 보통 부정적인 의미로 쓰지 않던가. 그런데 예술의 경지라니, 그게 무슨 말일까? 그는 미지근함이 ‘뜨거움과 차가움을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즉, 냉정과 열정이 균형을 이룬, 최적의 온도라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나의 미지근함 덕분에 가능했던 일들이 꽤 많았다. 팀원 간의 불화를 중재해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거나, 원치 않은 일을 하달받아도 결국 하나의 성과로 만들었던 것. 모두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합리적인 온도 덕분이었다. 그저 단점으로만 여겨, 그 사실을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사실 그날 강연의 큰 주제는 그것이 아니었음에도, 나는 유독 이 온도에 대한 내용이 가장 마음 깊이 남았다. 그 이후로, 열정적인 사람을 만나도 더 이상 움츠러들지 않게 되었다. 그의 뜨거움 못지않게 나의 온도도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심지어 마시는 물도 미지근한 물이 가장 몸에 좋다고 하지 않던가). 오랜 콤플렉스가 무기가 된 그 순간을, 나는 아마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나저나 말 한마디로 한 사람의 단점을 강점으로 만들어 버리니, 어찌 그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는 직장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스테르담이다. 서점에서 우연히 집어 든 책 한 권에서 시작해 인생의 멘토로 삼기까지, 그 인연에 대해서 글을 써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