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큰맘 먹고 DSLR 카메라를 샀다. 이 커다란 카메라 한 대만 있으면 나도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볼법한 사진을 찍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그 결과물을 보니, 오히려 폰으로 찍은 사진만 못했다. 사진도 배워야겠구나 싶어 한 오프라인 강의에 참석했다.
그곳에서 만난 작가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초보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한 컷에 너무 많은 걸 담으려고 하는 겁니다.”
딱 내 얘기였다.
“사실 사진은 빼기의 미학입니다.”
한 장에 모두 담아내려는 욕심을 버리고, 하나의 피사체에 집중하라는 말이었다. 그게 꽤 인상적이었는지, 지금도 셔터를 누를 때면 떠오른다.
‘한 장에, 하나의 피사체’
그런 맥락에서 글쓰기는 사진을 찍는 것과 비슷하다. 왜냐하면 글쓰기도 빼기의 미학이기 때문이다. 한 편의 글에서 여러 주제를 다루면 독자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읽는 것이 힘들어진 시대가 아닌가? 독자가 스크롤 내리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끝까지 읽었었을 때,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것만큼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따라서 한 편의 글에는 하나의 주제(메시지)만 담는 것이 좋다.
많은 작법서에서도 불필요한 내용을 과감하게 삭제하라고 한다. 그런데 정성스레 한 자 한 자 적어낸 문장을 삭제한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그럴 때면 가지치기를 떠올려본다.
잔가지를 쳐냄으로써 나무의 생장을 촉진하는 가지치기처럼, 주제를 벗어나거나 불필요한 잔 글을 쳐낼수록 글은 깔끔하고 명확해진다.
때로는 주제를 벗어나지만, 그냥 지우기엔 아까운 문장이 있다. 어쨌든 좋은 글을 위해 삭제한다.
다만, 언젠간 써먹는다는 생각으로 메모장 앱에 기록해 둔다. 그렇게 재워둔 문장은 다음 글감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