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day 3-(1)

조금 느린 기록_29살

by 어제오늘내일

사람들은 남에게 관심이 많다. 또 없기도 하다. 남이 어떤 외모인지, 어떤 옷을 입었는지를 정말 쓸데없게도 관심을 두다가 어떨 땐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누군가는 연예인 얼평은 연예인의 숙명이라고 한다. 범죄자의 얼굴이 공개되면 범죄자의 범죄에 대한 이야기보다 외모에 대한 이야기만 한다. 그러다가 또 관심이 없어지기도 한다. 나도 그랬을지 모른다. 여전히 그런 면이 있을지도 모른다. 뭐가 옳고 그른지를 떠나 그냥 난 나의 그런 모습을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DAY3. 필라스데이 -----> 아르수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배낭을 포장하여 동키 서비스를 신청하였다.

동키 서비스란 순례객의 짐을 다음 숙소로까지 옮겨주는 산티아고 순례길의 알베르게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인데 보통 각 숙소마다 동키 서비스 신청서가 프런트에 있는데 보통은 봉투 형태이다. 봉투바깥에 이름/전화번호/목적지를 작성하고 봉투안에는 이용료를 넣어 가방에 메달아 숙소가 정해둔 장소에 두면 된다. 가끔 분실될 위험도 있으니 귀중품은 보조가방에 넣어 직접 들고 걷는 걸 추천한다.


나는 보조가방이 조금 작아 침낭 가방에 귀중품을 넣어 등에 함께 메고 걷기 시작했다. 발은 여전히 조금 아팠지만 무거운 배낭 가방에서 해방되니 발걸음이 한걸음 더 가벼워졌다. 혼자 걸으면 생각이 많아진다. 철학가 루소는 "진정으로 위대한 생각은 걷기로부터 나온다"라고 했다. 나도 철학적이고 생산적인 생각을 했으면 좋으련만, 내가 직전 회사를 그만둔 이유중 하나에 대해서 곱씹게 되었다.

내가 회사를 그만둔건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지만 그 중 외모차별도 있었다. 그냥 친해서 하신 외모비하 농담과 당시 누가 봐도 이쁘게 생긴 후배와의 외모차별은 내 자존감을 서서히 갉아먹고 있었기에 나는 그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자존감이 많이 내려가게 된 일이지만 덕분에 배운 것도 있다. 나는 완벽하게 지킨다고 할 순 없지만 적어도 다른 사람을 외모로 평가하거나, 외모를 가지고 말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게 되었다. 안 그러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난 지금의 내 외모가 좋다. 남이 뭐라든 뭔 상관인가!
하지만 그때의 나는 아직은 우울한 기분으로 순례길을 걷고 있었다.

배낭없으니 가벼운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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