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느린 기록_29살
순례길 첫날 글에서 나는 혼밥 레벨이 3 임을 밝혔었다.
요즘은 꽤나 레벨 업하여 그때의 내가 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혼밥을 잘한다. 지금 보면 참 별거 아닌 게 그때는 어려웠다. 요즘은 레벨 9라고 할 수 있는 혼술도 할 정도로 많이 성장하였다.
이 변화가 나이 먹어서인지 유럽여행의 경험 때문인 지는 잘 모르겠지만, 유럽여행이 날 긍정적인 면으로 성장시키는데 영향을 준건 확실하다.
DAY3. 필라스데이 -----> 아르수아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고 있는 중에 한 한국인 여자분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그때부터 그분과 동행으로 걷기 시작했는데, 내게 말을 거신 분은 40대 여성으로 본명이 아닌 "선"이라는 닉네임으로 본인을 소개하셨다. 선님은 말 그대로 순례길의 인싸였다. 생장부터 걸기 시작해 그동안 많은 친구를 사귀셨는지 같이 걷고 있으면 마주치는 순례객들이 모두 인사를 해왔다. 영어도 잘하셔서 외국인 친구도 많았다. 그 친구들과의 에피소드라던지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신 경험이라던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해주셨다. 모든 이야기가 재미있어 걷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었다.
선님이 점심을 함께 먹자고 권해서 필라스데이에서 아르수아 가는 길에 있는 멜리데라는 마을의 한 식당에 들어갔다. 3일 만에 제대로 된 식당에서의 식사였다. 당시 혼밥 레벨 3이었던 나는 여전히 혼자 식당가기 힘들어서 어제까지는 마트나 바에서 간단하게 빵만 먹고 있었다.(순례길 1-(1)을 보고 오셨다면 아시겠지만, 바를 간다는 것만으로도 혼자 엄청 뿌듯한 상태였다.) 그래서 당시에 선님에게 티는 안 냈지만 정말 고마웠다. 가리비와 이베리코 돼지 그리고 샹그리아를 시켰는데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만족감은 배가 되었다.
저녁도 제대로 먹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여 저녁도 같이 먹자고 권하였는데 다른 순례객과의 약속이 있지만 그 모임에 껴주겠다고 해서 너무 다행이었다. 오늘은 포식하는 날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