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day 1-(3)

조금 느린 기록_29살

by 어제오늘내일

글을 꾸준히 쓰기로 마음먹었지만, 결국 지키지 못하고 드문드문 쓰고 있는 나는 생각보다 게으른 사람이다. 그런 내가 여행 중에는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목표한 바를 지키려 노력한다. 순례길도 매일매일 목표한 만큼(혹은 그 이상을) 걸었고, 새벽부터 일어나 나가서 밤늦게까지 돌아다니며 여행을 즐겼다. 해외에서의 내 모습은 일상에서의 내 모습과는 매우 다르다. 특히나 무기력한 일상이 반복되는 요즘, 그때의 내가 무척 그리워진다.





DAY1. 사리아 -----> 포르투마린


오늘의 목표였던 포르투마린이 강 건너로 보이기 시작할 때쯤부터는 비가 점점 잦아들더니, 포르투마린에 들어가는 다리에 도착했을 땐 날씨가 완전히 맑아져 있었다. 건너편으로 보이는 포르투마린의 모습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순례길을 걸으면서 내내 자연풍경에 감탄을 하며 걸었다. 이 풍광을 본 것만으로도 나는 순례길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게 되었다.


전날 미리 예약해놓은 알베르게로 가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도착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배정받은 2층 침대 위 자리에 앉아 짐을 정리하고 씻은 후, 휴식을 취하다 저녁거리를 사기 위해 슈퍼마켓에 갔다. 평소 한국에서도 장을 안 보는 나에게 외국의 슈퍼마켓은 더욱 어려웠다. 저녁에 먹을 음식을 직접 만들까 했지만 요리도 못할뿐더러 온통 스페인어로만 써진 물건들이 뭐가 뭔지 몰라 그냥 샐러드와 빵만 사서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오후 3시밖에 안된 시간이었다. 오전에 같이 걸은 한국 아저씨가 마을에 일찍 도착해봤자 할 게 없다던 말이 정말이었다. 할 게 없었다. 멀뚱멀뚱 누워 시간을 보내려니 너무 지루해 같은 방에 묵게 된 같은 나이의 한국분께 권해 마을 산책을 나섰다. 그분은 일행이 있던 분이라 조금 걷다 다시 들어가고 나 혼자 마을 이곳저곳을 도는데 정말 마을이 너무 이뻤다. 사진으로는 그 풍경이 제대로 담기지 않아 속상할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충분히 감상 후에 마지막으로 종교는 없지만 마을 내 성당에 들려 짧은 기도를 드린 후 다시 숙소로 돌아가 하루를 마무리했다.

바로 전날 낯선 순례길에 지레 겁을 먹고 걱정했던 게 무색할 만큼 좋은 하루였다. 역시 겪어봐야 아는 것이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걱정이 여전히 머릿속을 맴돌지만, 내일의 순례길이 주는 기대감이 더 컸다.

"정말 잘 왔다!"


KakaoTalk_20210817_103739046.jpg 정말 이쁜마을, 포르투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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