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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muraeyo Oct 04. 2018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를 키우면서 어릴적 자라지 못한 아이의 내가 함께 커가는걸 느낀다.

아이를 키우면서 어릴 적 자라지 못한 아이의 내가 함께 커가는 걸 느낀다. 

삶이 고달팠던, 그래서 여유가 없었던 내 엄마에게서, 항상 고팠던 칭찬과 인정을 내 딸에게 받으면서 

어릴 적 서운해했던 내가 슬며시 미소 짓는다. 


조그만 발로 내게 달려와,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고 얘기해주는 딸.

이제 시작한 엄마의 그림 그리는 일을 동네방네 돌아다니며 '우리 엄마는 그림을 잘 그려' 하고 자랑하는 딸.

립스틱이 이사이에 묻은걸 보고, 옆으로 조용히 와서 귓속말로 "엄마, 이빨에 립스틱 묻었어" 하고 말해주는 딸.


엄마가 되고 나서, TV에 아이 아픈 것만 봐도 그리 눈물이 나고, 

아이에게 몹쓸 짓을 하는 사람을 보면 소심한 원래 성격 따위는 잊어버리고, 울컥 분노하게 되고, 

내 아이가 살아갈 사회를 생각하며 관심 없던 정치도 들여다보게 된다. 

내가 살아온 세상은 이미 그러려니 적응하고 말았던걸, 아이가 살아갈 세상을 위해 조금 더 나아지길 바라게 되는 마음. 어쩌면 아이를 낳고 나서 가장 크게 변한 게 이 마음이 아닐지. 


엄마가 되고서, 내 엄마도 참 힘들었겠구나. 

가진 거 하나 없이, 아이 넷 키우는 삶이 엄마에게도 참 버거웠겠구나.

이제야 내 엄마가 이해되고, 같은 여자로서 마음이 아파온다. 

그래서 가끔 내 엄마를 내 아이 안아주듯 꼬옥 안고, 사랑해하는 쑥스러운 말도 하게 된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행복과 고통이 함께 오는 일이라는 말, 정말 맞는 말이다.

그래서 아이를 낳는 것도 개인의 선택일 테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이 키우는 삶에 조금 더 무게를 실어주고 싶은 건, 내 아이에게 내가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이 나를 좀 더 나은 어른이 되게 하는, 

어쩌면 인생에 있어서 새로운 삶의 또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지는 게 아닌가 싶어서다. ⓒ mumuraeyo



illust by mumurae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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