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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muraeyo Feb 06. 2023

무무래요 그림과 함께 보내는 첫 번째 편지

feat. 윤슬X스페이스코르 전시

새해에 문득 그런 다짐을 했어요. 

'올해는 편지를 많이 써야지.'

키보드를 자주 쓰고부터 종이에 쓰는 편지는 펜 끝에서 자꾸 맴맴 돌아서 고쳐 쓰고, 다시 쓰기를 몇 번을 반복하다 수정 테이프로 칠해둔 게 보기 싫어 다시 옮겨 적어야 겨우 편지 한 장 완성하면서... 그래도 편지가 쓰고 싶어 졌어요. 편지를 쓰면 좀 더 다정한 제가 될 것 같았거든요. 저는 새해에는 좀 더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다정한 개체들이 더 오래 살아남는다는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책의 이유 보다도, 다정한 마음의 내가 더 행복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 때문이에요. 


누군가에게, 무엇에게 다정한 내가 되려면 바쁘게 지나치지 않고 호기심을 가지고 다시 찬찬히 바라보고 생각하게 될 테니까요. 그런 천천히의 시간이 저는 참 좋거든요. 무엇보다 저는 타고난 다정함이 있는 사람은 아니라서 천천히의 감각을 느낄 새도 없이 다정함이 습관처럼 나오지는 않을 것이기에 천천히 다정해진 나를 느끼면서 저 혼자 많이 뿌듯하고, 행복할 수 있을 테니까요.

  

문득 떠올린 다짐을 언넝 실행해 보려고 사실 종이에 손글씨로 편지를 써보기도 했어요. 하지만 수정 테이프로 덧칠하며 몇 번이나 다시 쓰게 되는 손편지로는 시작조차 못하게 될 것 같아서, 브런치에 편지를 써보기로 해봅니다.  


다정한 사람이 되는 게 첫 번째 다짐이라면 두 번째 다짐은 좋아하는걸 더 좋아하기예요.  

좋아하는 게 있으신가요?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는 물건,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무언가를 기다리며 설레는 그 간질간질한 느낌. 

생각만 해도 좋죠? 

예전엔 좋아하는 걸 맘껏 좋아하지 못했어요. 시간이 없다고, 당장 필요하지 않다고, 소비가 늘어난다고.. 

참 다양한 이유로 좋아하는 걸 그만두었던 것 같아요. 올해는 안 되는 이유보다, 좋아하는 이유를 더 찾아보고 싶어요. 그리고 좋아하는 것에 머무르는 시간을 더 많이 늘려보려고, 좋아하는 대상을 글로도 써보고, 그림으로도 그리며 자주 보고 아껴주려고 해요. 


사실 다정한 내가 되는 것도,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모두 내가 행복해지고 싶어서예요. 어쩌면 모두가 이 세상을 사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행복일 테니까요. 다른 거창한 이유를 대며 나를 멋있게 보이고 싶을 때가 있었지만 결국 제가 행복하고 싶어서더라고요. 그걸 인정하고 나니까 더 잘 행복해지고 싶어 졌어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그렸어요. 저는 아담하고 따뜻한 공간을 좋아해요. 마음이 편해지는 초록색의 모든 종류를 좋아해요. 짙은 칠판색 다크그린, 어두운 녹갈색 올리브 그린, 녹차라떼가 생각나는 라임필, 비취 옥색 느낌의 제이드 그린, 풀잎 냄새가 나는 그래스 그린, 톡톡 튀는 패롯그린, 모든 초록의 컬러들을 좋아합니다. 우리 집에는 그런 공간이 많아요. 칠판 페인트로 곳곳을 칠했거든요. 그리고 그런 공간들에 작은 초록이들을 곳곳에 두었답니다.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책들로 가득 채워져 있지요. 거기에 아주 푹신한 빈백까지 있어서 그곳에 눕다시피 앉아 있으면 일어나기 싫어지는 공간입니다. 


illust by 무무래요

  

이번에 전시할 때도 이 그림을 꼭 하고 싶었어요. 커피 한잔과, 책을 펴고 있으면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는 기분이 들거든요. 이 그림을 보시는 분도 그런 편안함을 함께 느끼길 바라서, 그림 속에 사람을 그리지 않았어요. 당신이 앉아 있는 상상을 할 수 있도록. 생각나는 공간이 있나요? 혹시 없더라도 집 어느 공간에 마음이 드는 의자 하나만 두어도 굳이 벽으로 경계 짓지 않았는데도 특별한 공간이 되더라고요.  



2023년이 익숙해지지 않아 22를 썼다고 지우기를 반복하다 이제 좀 익숙해지고 나니 벌써 1월이 지나가버렸네요. 원래 1월에는 한 해 계획만 세워도 충분하죠^^ 어제의 나보다 나아진 나라면 자기 자신에게도 더 다정하게 대해도 좋을 거예요. 그리고 이 편지도 처음이라 많이 서툴지만 당신과 나의 다정함으로 조금은 따뜻한 시선으로 보아줄 수 있기를 바라요. 


오늘도 좋아하는 것으로 더 많이 행복한 당신이 되기를 바라면서 다음에 또 편지할게요. ^^



-- 2023년, 더 다정해지고 싶은 무무래요가. 




무무래요의 그림을 직접 보고 싶다면 스페이스 코르에서 2월 한달간 만날 수 있어요~ ^^



<전시 안내>

전시 기간 : 2023년 2월 1일 ~ 2월 28일 한 달간

관람 시간 : 카페 영업시간 내 (평일 09~00~19:00 / 주말 12:00~19:00)

전시 장소 : 카페 스페이스 코르 (서울 종로구 대학로 19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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