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30.
어린이집에서 보내주신 엄마 숙제를 막 마쳤다. '1학기 상담 설문지 작성하기.' 학부모 상담을 앞두고 사전에 아이에 대해 궁금한 점, 개선할 점, 전달할 사항에 대해 적는 종이다. 설문지에 답변을 다 채우고 나니 '문제아'를 둔 학부모처럼 느껴졌다. '우리아이가 이 정도로 심각한 건 아닌데, 괜한 말들을 많이 적었나.'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내용을 고치기가 어렵다. 보내주신 설문지 종이는 단 한 장뿐이다. 다른 종이에 처음부터 다시 적자니 그것도 유난스러운 학부모인 것 같았다.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자고 마음을 다스리며 아이 가방 안에 완성된 숙제를 넣어뒀다.
참 신기하다. 문제로 보기 시작하면 문제들만 보이기 시작한다는 게. 우리가 '본다'라고 말하는 건 사실 '눈'으로 보는 게 아닌 셈이다. 우리는 '마음'으로 보는 것이다. '눈'으로 보면 아이는 건강하고 밝게 잘 크고 있는 중인데, 상담 전 설문지를 작성하는 순간 나는 아이의 문제점만 보게 된다. 있는 그대로를 보는 '눈'이 아니라 우리 아이가 괜찮은가 '걱정되는 마음'으로 아이를 바라보며 살고 있음을 깨닫는다. 어쩌면 상담이란 단어도 '아이의 문제점을 듣는 시간'이란 관점으로 편협하게 바라본 건 아닌가 싶다. 상담이란 시간을 집에서 보지 못한 아이의 모습을 통해 아이를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유익한 시간으로 바라보면 어떨까. 문제에만 집중하지 않고, 아이라는 큰 숲을 바라보기 위해 눈 이완 운동을 해야겠다. 다가오는 학부모 상담주간, 상담을 받을 사람으로서 그리고 상담을 할 사람으로서 아이들을 '눈'으로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