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매미 잡을 수 있어?”
“아빠, 매미 잡을 수 있어?”
“그럼, 당연하지. 매미 한 100마리도 잡아줄 수 있지!”
허풍이었다. 사실 나는 곤충과 벌레라면 최대한 멀리하는 편이다.
그런데 며칠 뒤, 하원길에 원장선생님이 나를 붙잡았다.
“아버님, 이번에 부모님 한 분을 초대해서 매미잡기 체험을 하려 하는데요. 아이가 말하길, 아버님이 매미를 잘 잡으신다고…”
내 작은 허풍이 이렇게 공적인 약속이 될 줄이야.
그날 이후 나는, 최대한 멀리하던 매미를 최대한 가까이 마주할 준비를 하게 되었다.
체험 당일, 여름 끝자락의 공원은 매미 울음으로 가득했다.
반 친구들은 채집채를 들고 신나게 뛰어다녔다.
누군가는 겁이 나서 뒤로 숨고, 또 누군가는 까치발로 나무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아이들 눈빛은 반짝였고, 나는 아이들의 영웅이 되기 위해 분투했다.
“아빠, 빨리! 저기 위에 있어!”
우리 아이가 내 손을 끌어당기며 눈을 빛냈다.
나는 서툰 몸짓으로 채집채를 휘휘 저어 보았지만 매미는 채가 닿기도 전에 날아가 버렸다.
“아빠, 못 잡는 거 아냐?”
그 말에 자존심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래, 오늘만큼은 체면을 지켜야 했다.
손에 땀이 맺힐 정도로 나무를 오르내리며 팔을 뻗던 끝에,
방심하고 있던 매미 한 마리가 걸려들었다.
“와! 아빠 최고!”
아이의 환호성에 반 친구들까지 몰려와 함께 매미를 구경했다.
아이의 웃는 모습에 문득, 아이가 갓 태어났을 때의 기억이 스쳤다. 무엇을 해달라고 울음을 터뜨리면, 제대로 할 줄 모르면서도 기를 쓰고 다 해주고 싶었다. 젖병을 쥔 서툰 손, 기저귀를 갈며 허둥대던 어설픔. 하지만 아이가 웃을 때면 그 모든 서툼이 금세 자랑처럼 변했다. 그때의 마음이 지금 이 순간에도 이어지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 아이는 내 손을 꼭 잡고 말했다.
“아빠, 진짜 매미 잘 잡는다!”
나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허풍으로 시작된 일이었지만, 아이와 함께 웃고, 함께 땀 흘린 그 순간만큼은 진심이었다.
언젠가 이 아이가 자라 오늘을 기억해 줄까. 아빠가 매미 한 마리를 잡기 위해 허둥대던 모습, 그럼에도 끝까지 함께 뛰던 땀 냄새, 작은 손으로 매미를 쓰다듬던 순간을.
매미 울음은 곧 사라지겠지만,
아이와 나눴던 웃음과 눈빛은 내 삶의 가장 깊은 곳에 오래 남을 것이다.
여름의 끝자락, 매미는 잠시 손에 쥐었다 놓아주어 결국 잡히지 않은 채 흩어졌지만,
나는 아이와 함께한 단 하나의 계절을 붙잡았다. 그리고 그 계절 속에서
이렇게 나는 또, 아빠가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