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네 살, 그럼에도 예쁜 우리 아이

“누가 야야!!! 난 야가 아닌데!!”

by 박준범

“야!!”
“누가 야야!!! 난 야가 아닌데!!”

잘못은 자기가 해놓고 오히려 큰소리다.
심지어 한마디도 지지 않는다.

미운 네 살.
얘기로만 들었을 땐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막상 직접 겪어보니 미칠 지경이다.
몸은 어느새 재빨라졌고,
말은 몸보다 더 빨라졌다.


“아… 안 돼. 이성적으로 대하자.”
나는 하루에도 수십 번, 나 자신에게 최면을 건다.
하지만 하지 말라는 위험한 행동,
잠깐 한눈판 사이 도둑이라도 다녀간 듯한 엉망진창 집안을 보면
이성의 끈은 어느새 끊어져 버리고 만다.

“야!!”

목소리 큰 쪽이 이긴다고 했던가.
끝내 울음을 터뜨린 아이는 울다 지쳐 잠들고,
나는 난장판이 된 집안을 치운다.
그러고는 아이 옆에 누워, 조심스레 이마를 쓸어내린다.
자는 얼굴을 보고 있으면, 미안함과 짠한 감정이 밀려온다.


그때 문득 엄마가 생각난다.
우리 엄마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어릴 적, 나도 말 안 듣기로 소문난 아이였다.
무협 영화 속 도사가 인삼을 생으로 씹어 먹는 장면을 보고,
나도 저렇게 하겠다며 시장 바닥에 드러누워 떼를 썼다.
옥수수를 먹다 콧구멍에 몇 개나 들어갈까 궁금해하다가
결국 응급실로 실려 간 적도 있었다.


그렇게 혼나고 울다 지쳐 쓰러져 자면,
엄마는 늘 내 옆에 와 누우셨다.
흐느끼며 이마를 쓰다듬던 엄마의 손길을,
나는 잠든 척하며 느끼다가 어느새 진짜 잠에 빠져들곤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손길은 모질게 혼낸 뒤 찾아온
미안함과 슬픔이 뒤섞인 감정이었을 것이다.

엄마는 지금도 말씀하신다.
“애 너무 잡지 말어라. 그땐 다 그런 거야.”

이제 내 곁에 잠든 아이를 보면,
엄마에 대한 미안함과 뒤늦은 후회가 함께 밀려온다.


이제는 내가 그 자리에 있다.
내 아이의 잠든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또 엄마를 닮아간다.
그리고 이렇게 나는 또, 아빠가 되어간다.

잠든 아이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거실로 나온다.

한참을 망설이다 전화를 건다.


“여보세요? 아들?”

“엄마…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