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간이 모두 빼앗긴 기분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의 수면 시간은 점점 짧아졌다.
밤 11시까지 안 자려고 버티더니, 아침 7시면 일어나 밥을 달라고 보챈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진 건 분명 좋지만,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점점 버거워졌다.
퇴근 후 아이를 하원시키고,
아내와 함께 씻기고 밥 먹이고 집안을 정리하다 보면 하루가 훌쩍 지나간다.
설거지, 빨래, 치우다 보면 끝이 없는 집안일.
틈틈이 아이와 놀다 겨우 잠들면,
“이제야 내 시간을 갖자!” 하고 다짐하지만…
아이 옆에 누운 순간 내가 먼저 잠들고, 눈을 뜨면 어느새 아침이다.
사실 나는 취미가 많은 사람이었다.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운동을 하고,
주말이면 친구들과 밴드 활동도 즐겼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 영화가 개봉했는지, 신간은 무엇인지조차 모른다.
운동은 고사하고, 주말에 외출할 힘조차 없다.
내 시간이 모두 빼앗긴 기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우연히 내 밴드 공연 영상을 함께 보던 아이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아빠, 나도 가수 할래!”
“응? 그래, 우리 아들은 잘할 수 있을 거야.”
아직 가수라는 말의 무게는 모를 테지만, 영상 속 아빠의 모습이 멋있어 보였나 보다.
그렇게 한참을 공연 영상에서 눈을 못 떼고 있는 아이의 얼굴을 보니,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아… 내가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꿈과 취미가, 아이와 함께하고 있었구나.”
좋아하던 액션 영화 대신 아이 손을 잡고 동물원을 걷고,
내가 좋아하던 책 대신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책을 함께 읽었다.
헬스장에서 하체 운동을 하던 대신, 내 다리 위에 아이를 태워 ‘비행기’ 놀이를 했고,
주말이면 친구들과 밴드를 하던 대신 아이와 장난감 악기를 두드리며 작은 합주를 즐겼다.
나의 시간이 빼앗긴 것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다른 모양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아이가 옆에서 잠들어 있는 수많은 밤,
사실 나와 아이는 함께 많은 꿈을 꾸고 있었다.
그래,
이렇게 나는 또, 아빠가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