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아빠의 여행 준비

“아빠, 물.”

by 박준범

가족 여행을 떠났다.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은 늘 ‘짐 싸기 전쟁’부터 시작된다.

기저귀, 여벌 옷, 아이 간식, 작은 장난감까지…
메모장에 적어가며 하나하나 챙겼다.
출발 전엔 집안을 두어 번이나 돌며 빠진 게 없는지 꼼꼼히 확인했다.
“이번엔 완벽하다.”
스스로 중얼거리며 뿌듯한 마음으로 차에 올랐다.

차가 고속도로에 막 진입했을 무렵,
뒤에서 아이가 말했다.

“아빠, 물.”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뿔싸, 물을 안 챙겼다.


“목말라…”
아이는 울먹이며 몸을 흔들었다.
“조금만 참아, 금방 휴게소 들러서 사 줄게.”
달래 보았지만 목마름 앞에 아이의 인내심은 짧았다.
결국 울음을 터뜨렸고,
나는 허둥지둥 휴게소에 차를 세웠다.

사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아이가 야외활동을 좋아해 여행을 자주 다니지만,
매번 꼭 하나는 빠뜨린다.
물, 기저귀, 외투…
희한하게도 빠지는 건 늘 중요한 것들이다.

“아이만 안 빠뜨리면 다행이지 뭐.”
아내와 함께 그렇게 웃어넘기지만,
철저히 준비한다고 해도 정작 중요한 걸 빠뜨리는
아직 서툰 내 모습에 헛웃음이 나온다.


그래도 아이와 함께라면
빠진 짐보다 얻는 추억이 훨씬 많다.
길 위에서 듣는 아이의 웃음소리,
낯선 풍경 속에서 두 눈을 반짝이는 모습.
그 순간들이 쌓여 여행은 늘 다시 떠나고 싶어지는 기억이 된다.

서툰 아빠지만, 이번 여행만큼은 꼭
아이에게 최고의 행복으로 남겨주고 싶다.

이렇게 나는 또, 아빠가 되어간다.


곧 추석이네요.
다들 분주히 준비하느라 마음이 바쁠 텐데,
잠시 아이와 손잡고 동네 한 바퀴만 걸어도
그게 작은 여행이 되고, 따뜻한 추억이 됩니다.
모두의 가정에 웃음과 여유가 함께하는 명절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