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아내와 둥이들이 산후조리원에 들어가면서
나 홀로 육아가 시작되었다.
메모장에 꼼꼼히 적어 내려간다.
아침저녁으로 먹을 식사 준비,
어린이집 준비물 챙기기,
주말에 함께 갈 곳까지 미리 검색 완료.
“완벽해, 아들! 아빠 믿지?!”
“응!!”
매일 등원과 하원은 해왔던 일이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손이 덜덜 떨렸다.
퇴근 후, 드디어 하원 시간.
그런데…
“응? 옷이 아침에 입고 나간 옷이 아닌데?”
불길한 예감에 알림장을 펼쳤다.
그리고 그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아침에 화장실이 급했던 아이가 바지에 실수를 하고,
여벌 옷이 없어 비상용 바지를 입었다는 것.
그것도… 노팬티로.
거기다 낮잠 이불도 안 챙겨서
어린이집 예비 이불로 대신 잠을 잤다고 적혀 있었다.
‘이게 뭐야…’
미안함과 민망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집에 돌아와 보니 상황은 더했다.
장난감이 흩어진 거실,
건조기에 돌려놓고 꺼내지 못한 빨래,
쌓여 있는 설거지,
냉장고에 넣지 않아 쉬어버린 국,
식탁 위엔 아이의 변비 때문에 꺼내놨다가 잊은 유산균까지.
그 순간, 머릿속에 아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여보, 보고 싶어…’
그런데 아이는 그런 걸 아는지 모르는지,
해맑게 웃으며 말한다.
“아빠, 놀자!”
순간 피식 웃음이 터졌다.
“그래, 오늘은 그냥 놀자!”
그날 밤, 아이와 신나게 놀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잠든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아내가 이 모습을 본다면
분명 노발대발하겠지만,
이것도 언젠가 웃으며 추억할 한 장면으로 남겠지.
“오늘 아빠가 실수 많이 해서 미안해.
여보, 몸 건강히 둥이들과 '빨리' 돌아와...”
이렇게 나는 또, 아빠가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