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실격

“엄마 보고 싶어…”

by 박준범

오늘은 친척 결혼식이 있어
아침 일찍부터 아이를 데리고 멀리 있는 예식장까지 다녀온 날이었다.

복잡한 사람들 사이를 헤치며
낯선 공간에서 아이를 챙기고, 달래고, 먹이고…
정작 나는 식사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몸이 많이 지쳐 있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아이는 울기 시작했다.
“엄마 보고 싶어…”
출산 후 산후조리원에 들어가 있는 엄마가
문득 생각난 모양이었다.


나는 황급히 영상통화를 걸었다.
화면 속에서 아내가 아이에게 손을 흔들었다.
“우리 수호 잘 있었어?”
아이의 얼굴에 금세 웃음이 번졌지만,
통화가 끝나자 울음은 오히려 더 커졌다.

“수호야, 아빠 있잖아. 이제 그만 울고 아빠랑 놀자.”
“싫어!! 엄마 보고 싶어!!”
“수호가 이렇게 계속 울면… 아빠도 수호 싫어!!”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온 순간,
내가 미쳤구나 싶었다.
아무리 고된 하루에 몸이 지치고,
마음까지 무너져 있었다 해도
아이에게는 절대 해서는 안 될 말이었다.


순간, 아이가 멍한 얼굴로 나를 보더니
이내 내 품으로 달려와 더 크게 울었다.
그 울음소리를 들으며
나는 완전히 무너졌다.

아빠로서 완전히 실격이다.

지금 아이가 유일하게 의지할 사람은 바로 나인데,
그 마음을 끝까지 품어주지 못하고
칼날 같은 말로 아이의 마음을 베어버렸다.

잠들기 전, 울음을 멈춘 아이 곁에 다가가
조용히 속삭였다.
“수호야, 사실 아빠는 수호를 제일 사랑해.
싫다고 한 건 거짓말이야.
미안해. 아빠 용서해 줄 수 있을까?”


아이의 작은 팔이 내 목을 감쌌다.
“아빠, 괜찮아. 나도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아이에게 미안했고,
나보다 훨씬 어른스러운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이렇게 나는 오늘,
아빠가 되어가는 길 위에서
잠시 걸음을 멈춰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