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전히 ‘아빠’였다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오빠, 엄마가 수호 하루 봐주신대. 좀 쉬래.”
“아니야, 난 괜찮은데…”
입으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속으론 환호를 질렀다.
며칠째 이어진 독박육아에
수척해진 내 얼굴이 걱정되셨던 모양이다.
어쨌든 아이를 맡기고,
오랜만에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가장 먼저 서점에 들렀다.
조용히 책을 둘러보며 마음을 고른다.
‘아, 맞다. 수호가 좋아할 만한 책이 있으려나?’
결국 아동서적 코너로 먼저 향했다.
그다음엔 신간 코너를 천천히 둘러보다가
배가 고파 식당으로 향했다.
“수호는 밥 잘 먹었나…”
식사를 기다리며 처제에게 전화를 걸었다.
장모님과 함께 아이의 점심을 챙기고 있다는 소식에 안심이 되었다.
식사를 마친 뒤엔 백화점으로 향했다.
마침 새 신발이 필요했는데,
“아… 날씨가 추워지니까 수호 옷도 좀 사야겠네.”
결국 또 내 신발은 뒤로 미루고
아동복 코너에서 한참을 서성이다가 나왔다.
커피 한잔이 생각나 카페에 들렀다.
옆 테이블엔 우리 아이 또래의 여자아이와
그 부모가 함께 빵을 나누며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잠시 후, 다시 처제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 지금 데리러 갈게.”
“왜요, 좀 더 쉬다 오세요. 수호 잘 놀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전화를 끊고 생각했다.
아이가 없을 때 하고 싶은 일들이 그렇게 많았는데,
결국 내 책을 보러 가서 아이의 책을 고르고,
내 배고픔보다 아이의 식사를 먼저 걱정하고,
내 신발을 사러 가서 아이의 옷만 둘러보는 하루였다.
피식, 헛웃음이 났다.
아이와 함께한 시간들이
언제부턴가 내 일상의 기준이 되어 있었다.
혼자 있는 시간에도 나의 마음은 늘 아이 곁에 있었고,
아이가 없는 하루에도
나는 여전히 ‘아빠’였다.
이렇게 나는 또, 아빠가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