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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나 Sep 01. 2020

내 마음대로, 가지와 단호박으로 만드는 다이어트 요리

요리

아! 운동도 못 가고 집에서 먹기만 먹고


살이 쪘다. 근육이 빠지는 것도 실시간으로 보인다. 병적으로 자꾸 내 옆구리살과 뱃살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일도 못나가고 사람들도 안 만나고 집에만 있는 중. 그러다보니까 이것저것 자꾸 일을 벌리게 된다. 그 중 하나가 요리다. 뭔가를 만들어서 해 먹는 것에 재미 붙이는 중.


이왕이면 다이어트도 할 수 있게 밥 대신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해보자. 저칼로리지만, 배는 차고, 영양분도 많아서 빈혈은 오지 않는 그런 요리들. 그래서 엄마랑 장 보러 같이 따라나간 김에 작은 단호박 세트와 가지 여러개를 사왔다. 단호박과 가지! 말만 들어도 다이어트 식품이 아닌가. 혹시 몰라서 칼로리를 찾아봤는데 매우 낮다. 만족스럽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재료들이라 얼른 뭐라도 만들어 먹고 싶은 생각에 벌써부터 몸이 들썩들썩한다.



01. 가지버터소금구이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해주시는 가지나물을 매우 좋아했다. 다만 가끔 물기가 많게 요리가 될 때마다 지나치게 물컹할 때가 있었다. 그래서 이번 가지나물은 조금 덜 물컹하길, 매번 속으로 바랐던 것 같다. 그러다 어느 날 친오빠가 데리고 간 양꼬치 전문점에서 처음으로 지삼선을 먹었다. 신세계였다. 겉은 바삭하고 속이 촉촉한 가지라니! 가지요리의 새로움을 발견한 것이다. 가지가 가진 무궁무진한 가능성! 그동안 나는 왜 가지나물에만 시야를 가두고 있었지. 내가 사랑하는 가지로 무엇이든 해 먹을 수가 있는걸!


보랏빛이 도는 통통한 가지를 손에 쥐고 내려다봤다. 레시피를 찾아 보는 것을 선천적으로 귀찮아해서, 그냥 내 감으로 요리하기로 마음 먹었다. 레시피 보는 게 싫어서 요리를 안 했던 거지, 요리 자체가 싫은게 아니라는 그런 논리. 마음대로 이것저것 섞어서 도전하는 것이 재밌다.


버터를 입힐까 말까, 고민했다. 버터는 칼로리가 높으니까. 그래도 이왕 먹는 거 맛있게 해먹자라는 생각이 이겼다. 도마를 꺼내고 그 위에 가지를 얇고 넓직하게 썰었다. 후라이팬에 버터를 문질문질 달궜다. 그리고 가지를 촵촵 얹고 소금을 휘뚜루 뿌렸다. 가지 익어가는 소리가 자글자글 나는 것을 보니 입 안에 침이 고인다. 버터의 고소한 풍미가 주방을 가득 채웠다.


그렇게 완성된 내 다이어트 요리, 가지버터소금구이!


적당한 버터의 풍미와 짠 맛, 그리고 무엇보다 그대로 함유된 가지의 즙이 환상이었다. 한 입을 베어물 때마다 말캉말캉 보드라운 가지 속 특유의 맛과 식감이 고스란히 살아 느껴졌다. 엄마도 맛있다면서 호평을 내리셨다. 아, 뿌듯!


자글자글 익어가는 중



02. 단호박우유볶음


가지로 입맛도 돋궜겠다, 단호박 하나를 꺼내들었다. 생각보다 옹골차고 묵직했다. 칼로 자르려니까 쉽지 않았다. 끙끙대며 겨우 반토막을 잘라서, 안에 있는 씨들을 파내고 적당히 조각내어 달궈 놓은 후라이팬에 후두룩 부었다. 그리고 중불에 볶아내기. 중간에 간장 한스푼과 우유 반컵을 넣고 계속 볶았다. 달달달달.


우유를 넣으니까 그 새하얀 우유가 단호박의 주황색 즙과 섞여 부드러운 주홍빛으로 변해가는 것이 보기 좋았다. 다음 번엔 단호박 라떼도 해먹어야지! 한 6분? 정도 볶았나, 이쯤되면 다 익은 듯하다. 접시에 덜어 엄마를 불렀다.


"생각보다 맛있네? 너 이제 간 잘 보는구나. 단호박 맛있다!"


아, 뿌듯해라. 간장과 우유의 양은 딱 적당했다. 건강한, 맛있는 맛이었다. 내가 혹시 채식을 하게 된다면 먹을 게 없어서 헤맬 일은 없을 것이다. 고기 말고도 맛있는게 이렇게 많은데! 뭔들 못 해먹으리.


우유 넣기 전이라 아직 깔끔한 모양이다. 이뻐.



근데, 다이어트 한다면서요...?


사실 아침에 토시살도 왕창 구워먹어서, 나머지 끼니 대신으로 얘네들을 먹어야하는데, 자꾸 간식처럼 손이 간다. 배가 고플 틈이 없다. 방금도 엄마가 구워주신 갈치를 맛있다고 외치면서 먹어치웠다. 단호박 우유도 마셨다. 어우, 배가 쉴틈없이 빵빵. 다이어트하려고 산 건데, 간식만 잔뜩 늘어났다. 그래도 이따 수련 한 시간 할 거니까! 괜찮아.


집에 엄마가 삶아놓으신 양배추도 있는데, 그것도 식사 대용으로 먹기에 좋다. 쌈장을 살짝 발라서 입에 넣으면 포만감도 크고 영양소도 풍부한 느낌이다. 맛도 나름 맛있다. 이렇게 다이어트를 핑계로 자꾸만 먹을 게 늘어난다. 배불러.


결국 믹서기에 우유랑 찐 단호박이랑 갈아서 라떼. 건강한 맛이다. 꿀을 넣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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