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나는 보통 여름과 가을에 입맛이 당기는 편이다. 자꾸 무언가를 먹고 싶고, 배가 불러도 입은 심심하다. 끼니를 먹고도 금세 냉장고에 있는 반찬들을 꺼내먹기도 하고, 집에 먹을 게 없으면 밖에 나가 빵을 잔뜩 사오기도 한다. 잠잘 때를 제외하고는 계속 배가 낙낙히 차 있는 상태를 유지하게 되니, 살이 찔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체형 관리에 신경을 쓴 이후부터 참지 못하고 무언가를 입에 넣을 때마다 스트레스 또한 함께 얻어왔다.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찔 수는 없는 것일까. 그런 세상에서 살고 싶다. 그래도 스트레스보다 먹는 즐거움이 더 크니까 먹어왔던 것이긴 하겠지. 하지만! 다시 슬슬 식단을 조절할 때가 된 것 같다.
그래서 살이 최대한 덜 찌되, 또 나름의 포만감은 있되, 영양분도 풍부하며 맛있는 음식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괜찮으면 끼니를 대신하면서 식단 조절을 병행해도 좋으리라는 생각에. 예전부터 100% 생과일야채쥬스를 즐겨 사먹곤 하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래, 얼마전에 진공블렌더도 장만했겠다, 야채와 과일을 갈아서 해독쥬스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일단 다음과 같이 준비를 했다.
과일 : 오렌지, 키위, 바나나, 사과
야채 : 토마토, 양배추, 브로콜리, 당근
검색을 해보니까, 체내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채소들을 삶는 게 좋다고 한다. 양배추를 많이 넣으면 아무래도 과일의 새콤한 단맛이 줄어들 것이라, 차라리 양배추를 넣는 그룹과 넣지 않는 그룹으로 나눠서 재료를 다르게 만들기로 했다. 후자는 맛에 좀 더 초점을 두고.
01. 채소>과일
토마토(1개) + 양배추(1/4개) + 브로콜리(2/3개) + 당근(1개) + 바나나(1개) + 사과(1개) + 오렌지(1개)
02. 과일>채소
오렌지(1개) + 키위(2개) + 사과(1개) + 브로콜리(1/3개)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까 첫번째 음료는 과일도 만만치 않게 들어가긴 했구나. 그 덕분인지 어찌됐든, 둘 다 맛은 성공적이다. 사실 두번째 것이 더 맛있긴 하다만.
블렌더에 넣고 갈아내기
삶고 남은 물을 버리고 열을 식혀냈다. 모든 재료 준비를 마친 후에, 진공블렌더에 넣고 물을 적당히 부어서 30초 정도 갈아냈다. 과일의 경우, 씨나 겉껍질은 다 제거하였고 채소의 경우 삶아서 흐물해진 터라 너무 오래 갈아내면 씹히는 맛이 적을 것 같았다. 적당히 갈아낸 후, 통에 따로 담았다.
첫 번째 음료는 사실 처음에 먹었다가 맛이 밍숭맹숭해서 황급히 오렌지를 추가했다. 그래도 생각보다 양배추 맛이 강하게 나진 않았고 바나나와 당근의 맛이 전체의 조화를 잡아주는듯 했다. 맨 처음 시도한 거라, 기왕이면 일단 제대로 다 해보자라는 생각에서 삶을 것 다 삶고 1시간 동안 진땀 흘리면서 만들었다. 사실 굳이 채소들을 삶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 다음 번엔 일의 효율을 추구하고자 전부 생으로 갈아먹기로. 어차피 우리 블렌더 성능이 매우 좋거든. 아주 곱게 갈아낼 자신 있거든.
두 번째 음료는 확실히 키위를 두개 넣어서 그런지 새콤한 매력이 있었다. 흔히 먹는 생과일주스같은 맛. 맛있다. 가족 중에 나를 제외한 가족들은 얘를 더 선호했다. 쩝. 첫 번째 꺼는 다 내 몫인건가. 다음 번엔 남아있는 과일들로 적당히 두세개씩 조합해서 간단하게 만들어 마셔야겠다.
그리고 아침에 눈 뜨자마자 한 잔씩 마시고, 하루 중간에 출출할 때 한 잔, 밤에 야식 땡길 때 한잔 정도 마시는 중이다. 속도 편안하고 무엇보다 체중 증가에 대한 걱정이 없어서 스트레스도 적다. 정말 세상에는 할 수 있는 요리들과 먹을 수 있는 것들이 많구나를 요즘 들어 쏠쏠하게 느끼는 중이다.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