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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나 Sep 10. 2020

당신은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나요?

알아차림

요즘, 제 내면으로 깊게 침잠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저는 원체 질투도 많고 욕심도 많아서, 특히 제가 좋아하고 애정을 두는 대상에 대해서만큼은 주변 사람들보다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예를 들어, 저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향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향으로 순간들과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을 기억했고, 기분과 상황에 따라 그 곳의 향기를 어떻게 채우면 좋을지 고민하고는 했어요. 계절이 바뀌는 것을 누구보다 먼저 냄새로 알아차렸고, 익숙한 향기를 쫓아 걷다보면 내가 예상한 사람이 그 자리에 나타나기도 했어요. 그래서 학창시절 제 꿈은 조향사였고, 향이 가지고 있는 다채로움과 다양성,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물질의 자유로움과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매료되었어요. 누구보다 향을 좋아했기에 그 마음을 인정받고 싶고 증명하고 싶었어요. 지금도 그래요. 누군가가 향에 대한 얘기를 꺼낼 때면, 그 순간만큼은 내가 정말 향에 관심이 많고 향을 좋아하며, 그만큼 향이 내 인생에 미치는 영향이 남다르다는 것을 보이고 싶은 마음, 집착인데 이걸 놓기가 저는 참 어려워요.


비단 향 뿐이겠어요. 좋아하는 것도 많고 되고 싶은 것도 많은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이런 대상이 꽤 많아요. 그 대상에 가지는 열정과 애정이 크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내 스스로에 대한 애정이 커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기저를 들여다보면 분명 어떤 결핍이 드러나겠지만, 아직은 굳이 꺼내어보고 싶진 않아요. 나중에, 내가 조금 더 집착을 내려놓게 되었을 때 (그리고 이 글을 다듬는 지금, 2023년 2월에 생각해보았을 때 나는 정말로 대부분 내려놓았다) 그 때 그럴래요. 지금도 물론 이 내가 애정하는 대상에 대해서 타인에게 꼭 증명해내고야말겠다는 집착들을 버리려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굳이 증명해야할까요? 나만 그 마음의 크기를 알고 있으면 되는 것을요. 내가 향을 얼만큼 좋아하는지, 클래식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글쓰기에 대한 미련이 얼마나 커져있는지, 혼자 보내는 시간들을 얼마큼 아끼는지 등등을요. 나만 알고 있으면 되는 거잖아요.


요가도 그 중 하나예요. 내가 애착을 느끼는 것. 누구보다 잘 해내고 싶은 것. 그래서 요가를 해오며 그 좋음을 증명하고 싶은 마음을 안고 남들보다 두배, 세배로 견디고 노력했어요. 더 잘 해내서 더 충분히 앞으로 나아가서 하루 빨리 '요가를 잘하는 사람', '진정으로 요가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어서요. 이게 저한테는 성장의 거름이 되고 그런 의미에서 확실한 원동력이며 눈에 보이는 성취를 가져다주기도 하지만요, 이따금씩 내가 보기에 스스로 부족한 부분이 느껴지면 조급함이 들더라고요. 아무리해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 요가라는 게, 물론 다른 것들도 다 마찬가지구요, 단기간에 일정 수준 이상 도달하기가 힘들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욕심을 내려놓지 않는 이상 이 갈증은 계속될 것이겠죠.


무엇보다 힘든 것은 갈증 때문에 남들이 무얼 하고 있는지 점점 더 관심갖게 된다는 점이었어요. 저는 타인한테 관심이 없어야 행복한 사람이에요. 자꾸 저 친구는 뭘 하고 쟤는 또 뭘 하는지를 전해 듣고 관심을 갖게 되고, 동시에 나는 뭘 하고 있어, 나는 이게 좋아, 이것에 관심이 가, 를 상대방에게 얘기해주고 그러면요. 자꾸 제 자신에게 집중해야할 에너지가 어디론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 와중에 남들이 나보다 더 열심히 뭘 하는 것 같으면 또 내가 뒤처지는 것 같아 불안하고 점점 무기력해지고요. 그 힘듦을 또 누군가에게 용기내어 얘기했는데 그 누군가로부터 원하는 위로를 받지 못하면요, 그 순간마다 더 힘이 빠지더라고요. 머리와 가슴에 집중되어야 할 에너지가 산만하게 엉클어지는 느낌이랄까. 정착할 곳 없이 뱅글뱅글 도는 기분이었어요.


그렇게 약간 숨을 헐떡이며 점점 나를 늪으로 빠뜨리고 있었던 것 같아요. 원래의 나는, 남들에게 내 상황을 굳이 얘기 안하고, 남들의 사사로운 얘기도 굳이 듣지 않아요. 물론 타인이 위로나 축하를 필요로하는 일들에 대해선 기꺼운 마음으로 귀와 마음을 열지만요. 그냥 아주 일상적인 일들, 누구나 반복되는 루틴들까지 나누고 싶진 않아요. 에너지가 흩어지고 힘이 빠져요. 제가 예민한 것일수도 있겠지만, 그냥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나를 관찰한 결과, 나는 그런 사람이에요. 그냥 각자의 자리에서 단단하게 뿌리를 내고 겸손하고 스스로에게 솔직한 모습을 보이며 묵묵하게 자신의 삶을 잘 살아내는 것이 보기 좋더라고요. 그 묵묵함.


이번에 시국 때문에 3주 가까이 아무도 만나지 않고, 일도 하지 못하고 집에서만 머물렀어요. 그 때 초반에 다짐을 했어요. 일단,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자. 무기력에서 벗어나자. 뭐라도 하자. 뭐라도, 뭐라도 움직이고 만들어내자. 그러자 점점 내가 달라지는 것이 느껴졌어요. 앞서 말했듯이 그간 좀 무력했거든요. 고여있는 느낌, 머물러있기만 하고 발전되지 못하는 막막함과 불안함.


아침에 8시에 일어나 제가 좋아하는 차차함의 백차를 우려내 마셨어요. 머리가 맑아지는 것이 느껴졌어요. 창밖을 보면서 차를 한 잔 하는 것만으로도 살아있는 느낌이 정말 오랜만에 들더라고요. 아, 나 그동안 뭘 했지. 왜 나를 잃었지. 나 많이 힘들었구나. 알게 모르게 나, 그동안 지쳐있었구나. 그도 그럴 것이 오랜시간 계속되는 취업준비로 인해 온전한 휴식을 가진 적이 없었어요. 딱히 바쁠 건 없는데, 그렇다고 맘이 여유롭지는 않았어요. 친구들과 간만에 놀 때도, 한 켠에 아, 내가 놀아도 될 때인가? 이 시간에 자소서 하나라도 더 써야하지는 않을까? 뭐라도 뒤적거리면서 자료를 찾아야하는 건 아닌가? 컴퓨터활용능력1급도 얼른 따야하는데, 등등의 생각들이 항상, 늘, 나를 따라다니고 있었어요. 그래서 시간은 많아도 그 시간 동안 단 한번도 마음 편히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해본 적이 없었죠. 단 하나, 요가만을 제외하고요.


아마 요가를 하지 않았더라면 저는 계속 우울감에 빠져 휘적거리며 시간만 보내고 있었을지도 모르죠. 요가 덕분에 그 시간 동안 만큼은 머리와 마음이 고요해졌거든요. 아무것도 없는 무의 공간들, 요란스럽고 번잡한 모든 감정과 생각이 사라지고 평온한 상태에서 맞이하는 사바아사나. 다시 하루를 살아낼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어요. 그래서 지도자과정을 들었고, 어느새 요가 강사가 되어있었어요. 그리고 백수의 시간이 길었던만큼 얼른 돈도 모으고, 자리도 잡고 많은 수업을 해야겠다는 욕심에 동분서주하며 면접을 보러다녔고, 수업을 준비하고, 수업을 했어요. 틈틈이 수련도 놓치지 않았고요. 그 기간에 어떤 사람을 만나 짧게 연애도 했고요. 그 짧은 연애 기간 동안 정말 많이 지치고 피곤했어요. 에너지를 더욱 소진했죠. 그렇게 거의 2년을 넘게 저는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헐떡이며 걸어왔어요. 그래서 이번의 3주가 어쩌면 정말 몇 년만에 느껴보는 나만의 휴가였던 것이겠죠.


다시, 차를 마시는 순간으로 돌아와서. 따뜻한 차를 마시고 있으니까 글을 써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고 두번의 도전에 작가가 되었어요. 나에 대해서 많이 쓰고 싶었어요. 그 동안 못한 말들이 참 많았거든요. 어딘가에 나를 담아내고 소통하고 세상과 좀 더 연결되고 싶은 마음이 있었나봐요. 글을 쓴다는 게, 치유가 되기도 하듯이, 그렇게 내 이야기를 문자로 기록할 공간이 생기니까 조금 더 숨통이 트였어요. 한 발 나아간 기분.


그리고 하루에 한 권의 소설을 읽기로 했어요. 어렸을 때 가장 행복하던 시절을 떠올려보면 항상 책이 있었거든요. 소설을 통해 어느 먼 곳에 있는 사람의 시야와 가치관, 그리고 생각들을 느껴내는 것이 좋아요. 그가 자신의 일부를 떼어내 만들어낸 등장인물들이 또 만들어내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것도 좋아요. 누구든 될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고, 어떤 생각이든 할 수 있는 시간, 아, 소설을 읽는 순간이 어쩌면 가장 자유로울 수 있는 때인 것 같기도 하네요.


그리고 유튜브를 시작했어요. 명상콘텐츠를 만들어서 유튜브를 운영해보고 싶은 목표가 있었거든요. 이번에 하나하나 만들고 실현해보기로 다짐한 것이죠. 기존 명상콘텐츠에는 없는, 제가 직접 개발한, 이야기를 통해 상상하고 감각을 일깨워내는 명상들을 제작하고 올렸어요. 아직 아무도 보는 것 같진 않아요. 그냥 이렇게 하나씩 천천히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누군가 봐주는 순간이 오겠죠. 내가 좋으면 된 거예요. 타인을 의식하면서 관심 또는 인정을 받기 위해 무언가를 시작하면 그것은 오래 못가요. 솔직함과 매력도 떨어지고요. 그저 나의 기쁨과 만족과 성장을 위해서 온전히 그 안에서 즐거움을 누려야만 뭐든 진정성있게 빛나는 모습으로 오래 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면 그 빛과 닮은 사람들을 끌어당기게 된다고 믿어요.


또 요가를 수련하고 안내하는 사람으로서, 해부학적인 지식을 더 쌓기로 했어요. 예전에 사두었던 해부학 책, <요가 아사나 해부학의 모든 것>을 꺼내어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생각보다 너무 재밌었어요. 아,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다 아는 게 아니었구나, 이런 원리 때문에 이 부분이 아팠던 거구나, 이 자세는 이 근육과 연결되어 있구나, 안전하게 요가를 하려면 이렇게 안내해야겠구나, 심리적 요인 또한 중요하구나 등등 정말로 많은 깨달음을 얻었어요. 갑자기 시야가 트이고 머리가 넓어진 느낌이 들었어요. 수련을 하면서도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내 몸을 들여다보게 되더라고요. 아, 나는 책을 더 많이 읽고 더 익히고 공부해야겠구나, 이게 필요한 사람이구나, 실감했습니다.


그리고 요가 수련을 하는 시간과 자전거를 타는 시간을 하루에 한 번씩은 가져보기로 다짐했어요. 아쉬탕가 수련과 빈야사를 번갈아가며 했고, 아침에 눈 뜨자마자 자전거를 끌고 나가서 두시간 남짓 천을 달리다가 돌아왔습니다. 더불어 낮에는 나만의 요리를 했어요. 레시피를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저 침착하게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떠올려보고 그에 맞는 재료들을 생각하고 순서를 정해서 천천히 요리를 했어요. 그러자 되더라고요. 요리가 잘 되더라고요. 진정한 휴식이 생기자 예전에는 마음이 불편해 할 수 없었던 요리들이 맛있게 잘 되는 게 너무 신기하고 또 당연하게 느껴졌어요.


그렇게 제 일과는 대부분 이래요. 7시 반 일어나서, 자전거를 타고 오고, 차를 마시며 브런치에 글을 쓰고, 요가 관련 책으로 공부하고, 유튜브를 제작하고, 요리를 한 뒤 가족과 맛있게 먹고, 수련을 하고, 자기 전에 독서를 하는 것으로 흐르고 있어요. 같은 활동이라도 매일매일 다른 모습의 즐거움을 맞이하고, 각각의 시간들이 기다려지더라고요. 책을 읽고 글을 씀으로써,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요리를 함으로써 이전에 알지 못했던 지식과 감각과 즐거움을 새롭게 얻어낼 수 있었습니다. 시야가 확장되고 제 안이 충만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렇게 외부로 향하는 시선들을 전부 차단하고 온전히 내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시간,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들,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따르는 중이에요. 점점 안정되고 단단해짐을 느낍니다. 흔들리던 축이 다시 세워지는 기분이에요. 한 번씩 이런 공사가 필요한가봐요. 이렇게 내면에 침잠하는 삶의 태도를 가지고 저는 계속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계속해서 타인과 나를 분리해야한다는 것. 남들이 어떤 행동과 생각을 하던, 그냥, 아, 그들은 나와 다른 인생들을 살아왔기 떄문에, 혹은 그래, 나랑 다른 사람이기때문에 그냥 이해하고 받아들이자. 모든 것을 포용하자. 그리고 나는 나대로, 눈치보지 않고, 쓸데없는 배려를 하지도 말고, 그저, 나대로 나에게 솔직하고 떳떳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대하면 된다. 너무 애쓰지도 말고 그저 나를 모든 것의 중심에 두고 단단한 기반을 가지고 사람들을 대하면 된다. 그러면 나는 고요하고 굳건하게 성장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말고 내가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 나의 삶의 철학을 생각하며 자리를 지키자.


아, 이런 시간이 제게 주어진 것에 정말 큰 감사를 보냅니다.


나를 다시 알아차리고 나쁜 습관을 버리며 조금더 고요해지고 단정해진 모습으로 우뚝 설 수 있음에 감사를 보냅니다.


계속해서 뭐든 해내며 조급해하거나 집착하지 않고 나만의 길을 걸어가야겠습니다.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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