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무나.
나에게 혹시 필명이나 다른 이름이 필요하다면 무엇으로 할 지 상상을 하곤 했었다. 그 이름엔 내가 담겨있으면 좋겠어. 내가 좋아하는 무엇이 녹아있으면 좋겠어. 내가 떠올리기만해도 애착을 느낄만한, 나를 대변할 무엇이면 좋겠어. 같은 생각들을 하며 시간을 들여 진지하게 고민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런 종류의 고민이 들 때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들은, 아주 어린 때부터 늘 한결 같았다.
바람. 해질녘. 여름밤. 맑은 공기. 공기의 냄새. 나무. 땅거미. 석양.
물결. 물에 비치는 햇살. 한낮의 햇볕. 천둥. 비냄새. 가을 하늘. 새파란 하늘. 우주.
그 중에서 나무를 가장 사랑한다. 가끔씩 지치거나 피곤해질 때마다 친한 친구들에게 "나는 다음 생이 있다면 나무로 태어날거야. 아무도 찾아오지 못하는, 알지 못하는, 어떤 넒은 대지 위 절벽 끝에 우뚝 홀로 있는 나무. 사시사철 한결 같은 모습으로 서 있는 나무. 그렇게 세상을 높고 먼 곳에서 내려다보고,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고, 해질녘에 붉게 타오르는 석양을 바라보고, 이따금씩 찾아오는 새들의 온기를 느끼고 싶어. 가장 행복한 삶일 것 같아." 라는 말을 줄여서 하고는 했다. 그 적막감. 고요함. 고독함. 다음 생이 있다면 그렇게 살고 싶다.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그냥 흘러가는 자연과 세상을 느끼면서 말이다.
그래서 나무와 연관된 별명이 없을까 생각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이를 뒤집어보았더니, 무나. 느낌있다. 마음에 쏙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