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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나 Dec 14. 2020

위빠사나

명상

  아침에 일어나 반투명한 창문을 연다. 차가운 공기가 훅 들어와 방 안의 텁텁한 온도를 낮춘다. 새벽 7시의 어둠을 해치지 않으려고 조도를 최대로 낮춘 스탠드를 킨다. 방 중앙에 매트를 천천히 피고 명상하기에 적당한 옷으로 갈아입는다. 전 날 밤 미리 준비해둔 도톰한 담요와 쿠션을 매트 옆에 두고서 삼각대를 찾는다. 코로나가 일어나고 곧바로 샀었던 삼각대. 사실 촬영을 위해 산 것이지만 이렇게 활용도가 높아질 줄은 몰랐다. 삼각대에 꽂은 핸드폰의 각도와 높이를 조절한다. 미리 받은 링크를 눌러 줌에 접속하니 이미 여러 명의 사람들이 들어와있는 게 보인다. 그리고 아름답고 다정한 모습의 선생님. 이 주 간 내 새벽 명상을 이끌어주실 다야선생님.


  그렇게 처음 시작하게 된 오늘의 명상은 위빠사나 명상이다. 사람은 자연의 일부이며 그렇기에 자연의 모습 그대로인 몸을 갖고 있다. 이 몸을 움직이는 것은 마음의 작용이다. 몸을 바로 알고 느낄 수 있어야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어야 세상의 법칙까지도 바라볼 수 있다. 그렇게 나의 몸을 알고, 마음을 관찰하고, 나아가 진리를 깨닫는 것이다. 처음에는 앉아서 신체의 부위와 호흡을 느낀다. 일어나 천천히 걷는다. 경행. 나의 발바닥과 닿아있는 지면에서부터 발바닥을 지나 발목, 무릎 등을 이어 올라와 정수리 끝까지 인지한다. 동시에 나의 호흡을 알아차리고 내 움직임을 이끄는 마음을 알아차린다. 그렇게 천천히 한 발 한 발을 이어나간다. 어느 순간 걷는 다는게 매우 자연스러운 일임을 느낀다. 나의 호흡과 리듬, 그리고 중력과 어우러져서 아주 편안하고 가벼운 감각이 매 발걸음마다 일어난다.


  그리고 조심스레 자리에 눕는다. 처음에는 두 손바닥과 눈의 온기를 느끼고 호흡을 감각한 뒤 선생님의 안안내에 따라 전신을 훑기 시작된다. 거의 20분이 넘는 시간 동안 나의 몸 전체를 천천히 인지한다. 정수리부터 발가락 끝까지. 갈비뼈와 그 안에 들어있는 폐, 그리고 심장까지를 알아차린다. 그렇게 점점 잠이 빠져들 것만 같은 몽롱함에 이따금씩 두 눈을 떠서 잠을 내쫓으면서 몸 구석구석에 내 의식을 집중시킨다. 계속해서 기지개를 켜내고 싶은 마음을 억누른다. 모든 작업이 끝난다. 마지막이 어디였는지 사실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모든 게 다 끝나고 핀 기지개는 그 어느 때보다 시원하다.


  그리고 오늘 하루 동안 이 위빠사나 명상의 개념에 맞게 하루를 살아보고, 이에 대한 느낀 바를 한두줄로 간략히 공유하자는 지시를 받는다. 벌써부터 내 발은 좀 더 바닥과 맞닿아있는 기분이다. 앞 볼로 전해지는 바닥의 감각이 평소와 사뭇 다르다.


  명상이 끝난 뒤 인사를 건네고 내 노트를 펼쳐서 느낀 점을 적는다. 책상 위에 두었던 인센스에 불을 피워 들고 조심스럽게 집 안을 걷는다. 향 끝에서는 하얀 연기가 가느다랗고 진하게 피어오른다. 처음엔 긴 선형을 그리다가 점점 아주 구불구불한 형태로 변하며 허공으로 오른다. 때마침 엄마가 거실의 블라인드를 걷는 바람에 그 사이로 쏟아지는 겨울 햇살 속에서 연기는 자유자재로 퍼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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