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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나 Apr 14. 2022

만족하는 삶이란 무엇일까

알아차림

  브런치에 올렸던 글을 처음부터 훑었다. 그 당시에 큰 고민이었던 것들이 지금은 무척이나 낯설다. 특히 요가강사 1년 차에 느꼈던 많은 두려움과 걱정과 설렘들이 지금의 내가 겪는 것들과는 사뭇 다르다. 조금더 단단해지고 견고해진 대신에 좀더 헤지고 닳아버린 느낌이다. 그저 그 때의 글들만 읽은 사람들이 나를 그 글로만 판단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든다.


 끊임없이 내가 왜 살아가야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마음 속에서 있다. 그냥 태어났으니까 되는대로 적당히 남들처럼 만족하면서 살아가기, 는 너무 우울하다. 내가 무엇을 잘 하고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하고 빛날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떤 길을 걸어가야 내가 생각하는 어떤 '성공'에 도달할 수 있을지 늘 생각한다. 그것이 유독 막연하게 또는 버겁게 느껴질 때면 무기력함에 빠져드는 것 같다. 그래서 자주 무기력을 느끼고 도피수단으로 핸드폰을 하며 의미없는 시간을 보내고 침대에 들러붙어서 깎여나가는 생명을 느낀다. 내가 조금 더 부지런했다면, 조금 더 행동력이 좋았다면, 조금 더 체력이 괜찮았다면, 더 용감했다면 등등의 후회와 자기비난과 함께.


  일주일 동안 휴식기를 가지면서 4일 동안은 기분 좋은 단잠에 취해 지냈다. 내일의 나를 생각하지 않아도 되고, 내일의 일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느슨해진 여유로움에 푹 빠져있었다. 꿈에서도 수업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았고, 일어나야되는 시간이 임박했을 때 긴장하며 깨는 일도 없었다. 수업 가기 전 시간의 촉박함을 느낄 일도 없었다. 온 종일 온전히 주어지는 순수한 하루. 그렇게 아쉬운 하루하루를 떠나보내며 벌써 일주일을 코앞에 두고 있다.

  읽고 싶었던 책과 시집을 조금 읽었다. 책상에 가만히 앉아 하늘의 색을 관찰했다. 아침엔 하얗거나 푸른 색. 저녁 어스름 이후에 짙게 깔리는 어둠. 봄의 냄새. 봄바람. 먼 곳의 소음. 고요함. 나는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좋았다. 왜 좋아? 라고 물어보면 사실 절대 모르겠지만, 그냥 좋았다. 그런데 왠지 그러면 안될 것 같았다. 나는 아직 제자리에 있는 것 같고 해내야할 것들이 많은데, 그저 이렇게 흘러가는 구름만 느끼는 것만으로도 만족해버리면 안될 것 같은 기분. 그래서 조금 좋아하다가 금세 좋아하기를 멈췄다. 내가 좀더 잘 해낼 것들을 생각했다. 나이기 때문에 해야할 것들을 생각했다. 그래서 글을 썼고,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렸고, 시집을 읽어내렸다. 좋은 수업을 짜야하는가? 배웠던 자료들을 다시 복습해야하는가? 새로운 책을 읽어야 하는가? 무언가를 깨우쳐야하는가? 와 같은 여러 생각들이 잇달아 떠올랐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그냥 읽던 책을 조금 읽고 글을 쓰다가 말았다가 하고 넷플릭스로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을 보고 가만히 아무 생각도 안했다. 아, 좋다. 이정도의 말만 속으로 내뱉으면서.


  작년 말부터 찾아왔던 권태기 또는 일상에 대한 버거움과 무력감이 날씨가 풀리면서 조금 나아지고 있었다. 새롭게 내 스스로를 재정의하면서 에너지를 찾았고 일의 의미를 되새겼다. 그래도 체력적으로 점점 끝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가끔씩 들었다. 머릿속에 빈 공간이 없었다. 하루 종일 조잘대는 알 수 없는 단어들로 가득차서 무언가 좋은 것들이 들어올 틈을 내주지 못했다. 그래서 이 갑작스러운 일주일이 어쩌면 내게 정말 필요한 것이 정확한 타이밍에 찾아와주었을지 모른다는 생각. 조금 아프고 힘들었어도, 정말 '쉼' 그 자체였으니까.


  좋아하는 것들로 둘러싸여서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그것들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아주 편안한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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