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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나 Sep 25. 2022

마음과 몸의 정화

알아차림

요즈음 나에게서 느껴지는 내적인 변화를 글로 적어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늘 이런 대상을 글로 혹은 말로 표현해내기는 어렵다. 그래서 펜을 꺼내들고, 혹은 모니터를 켜두고 페이지 앞에서 망설이다가 말아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서른살의 나는, 선명해지고 깊어진 의식을 경험하고 있다. [하타 요가 철학] 책을 읽다가 한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불결한 몸에 정화된 마음이 깃들지 못한다. 마음이 정화되어야 몸도 정화된다. 올해 초중반의 나와 지금의 나의 큰 차이가 무엇일까 생각했을 때, 이 '정화되지 못한 불결한 몸'에 있는 것 같다. 7월부터 나는 점점 몸을 정화시켰고, 선명하고 맑고 넓어지는 의식으로 가는 길이 조금 더 수월해졌다.


5월 쯤이었던가, 수업을 다니는 한 요가원에서 원장님에게 했던 말이 기억이 난다. 지금처럼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외부활동을 하고 다양한 경험과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아하지만, 배우고 경험한 것들을 내 스스로 소화시키고 음미하고 내 안에 녹여낼, 다듬어낼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시간이 조금 부단하고 힘들기 때문에 도피하고자 더 바깥으로 나가는 것 같다. 그것이 조금더 수월하고 수동적이기 때문에. 하지만 내 마음은 현재의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알기 때문에, 그 외부적인 활동 안에서 나의 의식과 정신은 허공에서 둥둥 떠다니는 것만 같다. 안정되지 못하고 정리되지 못한 채 나의 것도 누구의 것도 아닌 느낌으로 나를 힘들게 한다. 그래서 집에 들어오면 알 수 없는 피로감을 느낀다, 라는 말들을 했었다. 늘 그렇다. 나는 외적인 활동도 좋아하고 중요하지만, 그만큼 내적인 채움과 몰입의 시간 역시 필요한 사람이다. 이 두가지가 조화롭지 못하면 내 심신은 조금씩 피폐해지고 피로해지고 불안정해진다.


그런 와중에 삶의 규칙성을 조금 더 챙겨보기로 했다. 마침 오래전부터 배우고 싶었던 수영 강좌가 7월부터 시작되었다. 월수금 새벽 6시에 수영을 나가기 시작했고, 그 앞 뒤의 시간을 역시 촘촘히 채워보고 싶었다. 가는 길은 자전거를 타며 갔고, 수영을 끝내고 오는 길은 러닝을 하며 왔다. 다행히 이른 시간에 운영되는 버스가 하나 밖에 없었고 그 버스의 배차가 꽤 길었기 때문에, 그리고 버스가 아니어도 오고갈 수 있는 적당히 애매한 거리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시도였다. 그렇게 월수금마다 오전 5시부터 시작해서 자전거 20분 + 수영 45분 + 런 25분, 총 1시간 30분의 시간 동안 유산소 운동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엄청 졸릴 때가 아니라면 습관적으로 침대에 눕지 않기로 했고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책을 읽거나 글을 쓰기로 마음 먹었다.


런을 하며 집에 온 덕분에 졸리거나 피곤한 감각보다 조금 더 흥분되고 활동력이 높아진 신체가 맞춰졌다. 그래서 배고프지 않았고 자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오늘은 무엇을 마시면 좋을까, 기분 좋게 고민하며 따뜻한 차 한잔을 내렸고, 창 밖의 푸른 하늘과 시원한 공기를 느끼며 오래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을 읽어갔다. 그렇게 내적인 채움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금요일은 수영 후에 바로 수업이 있기 때문에 월수마다 이 루틴을 이어나갔고, 내게 아주 커다란 의미를 주었던 것 같다. 어느새 의식치 못하게 내 삶은 안정되어있었고 더이상 정신이 피로하거나 어딘가 붕 뜨고 불안한 상태로 느껴지지 않았다. 러닝도 일종의 명상이고 마음챙김이었고 차를 마시며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시간 역시 나를 챙기는 시간이었다. 조금 더 나는 고요해졌고, 깊어졌고, 안정되어졌다.


그리고 저절로 식사량이 줄기 시작했다. 아무거나 습관적 허기짐을 채우기 위해 계속해서 음식을 찾던 것이 조금씩 줄어들었고, 내가 왜 무언가를 먹기를 원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식사량이 줄자 몸 안이 정화되는 것이 느껴졌고 살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몸 안에 쌓여있던 찌꺼기들에 대한 강박과 체중에 대한 염려가 놓이면서 마음과 생각에 여유가 생겼다. 불필요하게 밥을 먹고 그것을 후회하는 것에 쏟던 에너지가 이제 필요한 곳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나의 의식을 돌보고 명상을 향해 나아갔다. 현재를 좀더 알아차리고 현존에 대한 감각을 일깨웠다. 주변을 바로 보기 시작했고 내가 지금 어떤 마음 상태에 있는지, 무엇을 더 고민해야하는지 무엇을 향해 나아가야하는지 생각했다.


더불어 유산소를 함으로써 몸에 필요한 힘들이 길러지기 시작했다. 나에게 부족했던 허벅지 힘과 근지구력, 그리고 체력. 체력이 확실히 좋아지는 게 느껴졌다. 일상에서도 훨씬 덜 피곤했고, 수업 전후에도 괜찮았다. 길러진 체력 덕분에 마음에 여유가 조금더 생겼다. 여전히 주말에는 사람들을 만났지만, 더이상 그것이 힘겹지 않았다. 평화로웠다.


정말로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세달 동안의 나는 꾸준히 변화했다. 조금더 높게, 고요하게, 선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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