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11월이야
비로소 한 해가 끝에 다다랐구나, 하는 실감이 난다.
괜히 자각하지도 못했던 한 해 동안의 나의 서른을 떠올린다.
나의 서른은 어땠지.
11월부터는 새벽수영을 다니지 않기로 했다. 짙어지는 추위와 어둠으로 인해, 새벽에 소스라치며 알람을 끄는 것, 곧 추운 거리로 나가야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조금씩 버겁게 느껴져서 딱 알맞은 때에 그만두기로 했다. 여름부터 이어온 네 달 동안의 새벽 수영. 입문반을 등록해서 자유형, 배영, 평영, 그리고 맛보기 접영까지 알차게도 배웠다. 4개월 과정을 함께 한 사람들은 이번 달에 같은 시간대와 같은 선생님이 수업하는 초급반을 등록했다고 한다. 겨울 새벽에 담담한 그들이 신기하다. 다음 달부터 이제 못 보는 건가요, 라는 친밀한 한 사람의 물음에 네, 새벽이 너무 추워져서요, 대신 낮에 자유수영 가려고요, 라며 아쉽게 웃었다.
월수금 오전 6시에 수영을 시작하게 된 것은 매일의 루틴을 맞추기 위한 것도 있었다. 화목마다 오전 7시 수업이 있으므로 그 전날이면 다음 날 일어날 생각에 밤마다 무척이나 괴로웠다. 보상심리로 월수금 오전이 하릴 없이 잠에 빠져 보내지는 것도 힘들었다. 그래서 모든 요일을 공평하게 다섯시 기상으로 맞췄고 덕분에 새벽이라는 특수성에 빠져 괴로워하던 마음이 자유로워졌다.
그러므로 새벽수영을 가지 않더라도 다섯시 기상은 유지하기로 했다. 오늘이 그 첫 날. 4:50 알람을 듣고 일어나 물을 끓이고 전날 계획했던대로 차를 우렸다. 책 한 권을 마무리 짓고 잠시 작가 이름을 검색해보다가 이 순간을 남기려고 이곳에 들어온다. 곧 일곱시가 될 것이고, 함께 사개월 간 수영장에서 동고동락한 이들은 지금쯤 수영을 마치기 직전이겠지. 맞아, 단 한 번의 결석도 없던 내 자신이 대견해. 수영이라는 것에 느리게 조금씩 익숙해졌다. 아무튼 곧 나는 몸을 씻고 수업을 나갈 채비를 하겠지. 계획했던대로 수업하러 가는 길은 뛰어서 갈거야. 그렇게 달려서 도착한 곳에서 향을 피우고 사람들을 맞이할 거고.
나의 서른의 11월은 어떨까. 누군가에게는 절대 가질 수 없는 달이기도 하겠지. 누군가에게는 꼭 갖고 싶었을 달이기도 할거야. 나는 어떤 마음으로 이 달을 살아내야할까. 어떤 얼굴로 겪어내야할까. 나에게 더 좋은 쪽으로, 망설이거나 변명하지 않고, 내 머리가 이끄는대로 의식이 향하는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