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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나 Aug 29. 2020

코로나 사태 II, 반백수가 된 요가 강사의 일상

요가

또 다시 코로나가 터졌다


그리고 내 일상은 잠시 멈췄다.


수업을 하던 피트니스 센터 두 곳은 저번주부터 무기한 휴강에 들어갔고, 요가원 한 곳만이 내 마지막 일터로 남아있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요가원에서 휴관을 알렸다. 그렇게 나는 비자발적이게 단기간 백수가 되었다.


사실 강사를 시작하고 새로워진 일상의 루틴 때문에 적응하는 것이 힘들어 방황 중이었다. 오전에 광명사거리로 수업을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녹진한 몸을 침대에 뉘이느라 바빴다. 그렇게 한 숨 푹 자고 일어나 핸드폰을 만지다보면 어느새 수련하러 갈 시간이었다. 수련 후에 곧바로 버스로 이동해서 수업을 한 뒤 집에 돌아오면 밤 열한시가 넘었고, 씻고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하다 잠들었다.


그저 하루는 수업, 침대, 수련, 침대, 수업준비의 반복이었다. 개인적인 발전도 지식의 채움도 없었다. 무엇보다 강사를 시작하기 전에 넘쳐나던 개인 수련 시간이 절반 이상으로 줄어들어서 더욱 답답한 느낌이었다. 그 무기력함에 잠식되어 나는 생각을 멈추고 더욱 침대에 몸을 붙였고, 침대에 누워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 무력함은 더욱 강해졌다. 그렇게 나는 고여있는 느낌에 빠져서 두세달을 허우적댔다.


밤 열한시 수업 후 웨이트 마치고 집 오는 길



일단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것


코로나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발발한 며칠 전부터 일상을 다시 바꿔보기로 마음 먹었다. 아침 8시에는 꼭 일어나야지. 피곤함을 물리치고 겨우겨우 일어나 책상에 앉았던 날, 그리고 가만히 생각에 잠겼던 날, 정말 오랜만에 여유로움과 깨어있음을 느끼고 에너지가 생겨났다. 그래, 벗어나자. 고인 상태에서 벗어나자. 반복적이고 성취적인 활동들을 해보자.


그래서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나는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말린 찻잎을 티팟에 덜고, 물을 끓이고, 그 물을 티팟에 한번 따른 뒤 버려내고, 두번째 물을 따르고, 2분의 기다림 뒤에 붉게 우려나온 백차를 머그컵에 따라서 후후 식힌 뒤 조심스레 마셨다.


그리고는 브런치를 켰다. 오래전부터, 나의 글을 써야지, 생각을 마음껏 적어내야지라고 생각만 했던 것들을 이제는 실천해볼 때가 되었다. 누군가에게 잘 정돈된 이야기(소설같이 사건이 있는)를 들려주는 일에는 서투르다는 것을 4년의 학과 생활 동안 진작에 깨달았다. 내가 국어국문학을 전공으로 선택한 것은 소설보단 시가 좋아서였는데, 그러니 한번도 소설을 쓰지 않는다고 해서 큰 아쉬움은 없었다. 대신에 일상 안에서 떠오르는 생각을 얘기하고 나의 취향이나 취미, 또는 특정 대상에 대한 비평을 주저리주저리 쓰는 것은 또 즐거웠다. 그래서 내가 만약 글을 쓴다면 에세이나 비평이 될 것이고 이제 그것을 실현할 때가 된 것이다.



아, 차 한 잔과 브런치 brunch 라


생각보다 너무 즐거웠다. 이렇게 재미있는 일상을 버려두고 그동안 왜 무력감에 허우적거렸나 싶다. 오히려 늦잠을 잤을 때보다 정신이 맑고 몸이 개운하다. 차를 마시니 공복감도 해소되어 과식은 줄어들었다. 아, 차 얘기도 언제 한 번 길게 해보고 싶다.


그리고 해부학 책을 펴서 공부를 시작했다. 무릎과 척추의 작용에 대해 이해하며 형광펜을 슥슥삭삭. 나중에 수업에 오는 분들 자세 더 잘 봐줄 수 있겠다. 신이 났다.


그리고 좀 더 섬세해진 시선으로 수련을 했다. 인사이드플로우 영상을 보며 플로우도 익혔다. 아직 인사이드 스타일의 플랭크-차투랑가-코브라의 흐름은 조금 어렵다. 선천적 몸치의 한계가 여기서 드러나는가. 뭐, 연습하면 금방 익힐 수 있겠지. 땀 흘리고 몸이 조금 풀어진 김에 개인적으로 도전하고 싶은 아사나도 이어갔다. 왼쪽 손목이 아픈 상태여서 바카아사나나 핸드스탠딩 동작들은 아쉽게도 연습하지 못하고 있지만, 대신에 손목 사용을 덜해도 되는 후굴과 전굴동작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그대로 화장실로 직행. 시원한 물에 샤워를 하고 나와, 하루의 두번째 시작을 맞이한다.


수업 나갈 걱정도 수업 준비할 부담도 없이, 온전히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사적인 하루를 사용하는 법을 익히는 중이다. 최소 일주일, 어쩌면 더 길어질지도 모르는 백수의 시간 동안 많이 배우고 익히고 도전하고 성장해야지. 조금 기대되는 부분들이 생긴다. 설레기도 한다. 우울과 삶에 대한 설렘은 한끗차이인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책을 읽다가 고개를 들어 마주한 하늘.



즐길거야, 지금을


코로나도, 기타 등등도, 전부 이겨내야지.

그리고 그 안에서 나만의 즐거움을 찾아야지.


나에게 있어 이 시기는 요가를 업으로 삼은 후에 발생될 (아마) 가장 힘든 시간이지 않을까. 내가 큰 부상을 입지 않는 이상. 그런 생각을 하자 앞으로 잘 될 일들만 남았다는 마음에 조금 긴장이 풀렸다.


그러니,

시야를 넓히자.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고 현재 해야할 것에 집중하자.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자. 부지런해지자. 일단 뭐라도 하자.


아, 얼른 돈 벌고 싶다!


오랜만에 대강을 하고, 마음에 드는 장소를 만났다. 살고 싶은 지역 하나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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