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수업을 하러 집에서 샤워를 하다가 계획을 세웠다. '아, 오늘은 미니 컴업 도전하고 오자'. 집에서 수련하기에 공간이 충분치 않고, 코로나가 다시 심해지면서 수련 가던 요가원도 잠시 문을 닫았다. 그러니 수업을 끝내고 삼십분이라도 좋으니 피크포즈를 도전하고 와야지.
아직 우르드바다누라아사나에서 컴업을 하기에는 허벅지를 조이는 힘과 바닥을 밀어내는 힘이 부족하다. 발뒤꿈치도 자꾸만 안쪽으로 모여서 종아리로 가야할 무게중심이 외부로 분산된다. 두 손을 바들바들 떨면서 최대한 최대한으로 발뒤꿈치쪽으로 걸어와서, 겨우 손가락 끝으로 짚어도 그 이상은 힘들다. 무게중심이 하체 쪽으로 실리지가 않는다. 올해 목표는 컴업인데,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장담은 못하겠다. 그래도 해내야지. 나의 허벅지, 잘 부탁해!
얼마 전 형희선생님 수업에서 숩타비라아사나에서 손가락 끝을 최대한 걸어들어와 컴업으로 일어난 적이 있다. 물론 두 무릎과 발등이 바닥에 닿은 상태였지만, 이 자세를 예전 5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이 떠올랐다. 3달 사이에 나 그래도 좀 성장했구나. 더 열심히 수련해야겠다, 웨이트도 꾸준히 해야지, 그리고 조급해하지 말아야지.
조급성, 이 마음의 단어는 나의 성장 동력인 동시에 나를 옭아매는 존재이기도 하다. 처음 수련을 시작하고 1년 동안 나는 온통 요가에 모든 게 쏠려있었다. 요가를 통해 살을 빼고 싶었고, 근육을 만들고 싶었고, 명상을 이루고 싶었고, 정렬들을 잘 잡아나가고 싶었고, 빨리 어려운 동작들을 성공해내고 싶었다. 이러한 조급성에 발맞춰 요가를 하다보니 물론 좋은 점도 많았다. 매 수련마다 최선을 다했고, 내가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과 내 몸 하나하나가 나의 호흡에 따라 바른 정렬을 향해 나아감을 인지하는 것 외에는 어떠한 잡생각도 들지 않았다. 고통 앞에서 피하지 않고 맞서서 고통을 받아들이고 이를 성장 에너지로 이용했다. 수련 후 사바아사나 때 다른 생각을 하거나 잠에 들지도 않고, 그저 머리와 마음이 비워진 고요의 상태로 들어갔다. 그래서 항상 개운함과 정화됨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조급성으로 인해 내가 개발시키지 못하는 부분 또한 있었다. 인요가를 제대로 느끼기에는 능력치가 부족했다. 땀이 나지 않고 하물며 스트레칭도 되지 않는 인요가, 그 고요함과 무거운 적막감 속에 정적으로 머무는 인요가에 어떤 매력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래서 그 수업을 조금 피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 시간에 아쉬탕가를 듣지, 빈야사를 듣지, 하는 생각.
요즈음의 나는 인요가가 너무 좋다. 더운 날씨 때문에 기력이 떨어져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인요가가 주는 어떤 혜택들이 분명히 있다. 필요한 에너지를 채워주고 내부에서 이들을 고요하게 다듬으며 몸과 마음의 긴장의 끈을 풀어주는 그런 것. 테라피 수업 준비를 위해 인요가 수련을 하면서 이런 매력들을 조금씩 느끼게 되었다. 나의 인요가라서 그런지 나한테 가장 잘 맞는 느낌. 하고 나면 개운하고 가볍다. 부정적인 것들이 해소되고 그 자리를 잔잔하고 깨끗한 물로 채운 느낌.
회원님들도 이 즐거움을 느끼면 좋을텐데. 땀 흘리고 운동되는 것만 좋아하는 분들이 많은 걸 볼 때마다 그 당시의 내가 떠올라 이해는 가면서도, 조금은 인의 매력을 알려주고 싶다는 욕심이 든다. 요가는 가만히 앉아 명상을 하는 것도 요가고, 삶을 살아가면서 그 순간순간에 집중하고 현존하는 것 또한 요가다. 땀 흘리는 것이 전부는 아니란 얘기.
아무튼, 수업 후에 미니 컴업을 다시 시도하기 위해서 일단 간단히 몸을 푸는 의미로 수리야나마스카라를 진행했다. 핸드폰에 영상이 잘 담기는지 열심히 세팅해두고.
혼자서 의도를 갖고 수리야를 하니까 더 그 안으로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동작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연결하고 싶은 욕심, 그리고 계속해서 호흡을 이어나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5번을 다 했음에도 더 하고 싶은 마음이 솟는 것을 눌렀다. 버스 막차 시간 때문에..
그리고 집에 오는 길에 영상을 봤다. 어라, 조금 놀라웠다. 동작을 할 때 분명 내가 최선으로 자세를 취한 줄 알았는데, 영상에서의 나는 몸을 사리고 있었다. 우르드바하스타아사나에서는 가슴을 더 위로 뽑아 올리고 손 끝을 좀 더 뒤로 보낼걸. 우타나아사나에서는 꼬리뼈를 좀더 말아서 가슴을 더 정강이에 밀착시킬걸. 아르다우타나(아! 가장 아쉽다)에서는 꼬리뼈를 마는 것 까지는 좋다. 그런데 가슴을 너무 안 열었다. 등 근육을 이용해서 가슴을 더 뽑아 내밀어 올릴걸. 견고하게. 생각보다 허리는 안 꺾여 있다는 것도 새롭게 알았다. 다운독 때는 엉덩이를 좀 더 뒤로 보낼걸.
사실, 아직 다운독에서 엉덩이를 뒤쪽으로 보내는 게 힘이 들기는 한다. 골반이 전방경사이다 보니까 꼬리뼈가 위로 들리고 허리가 잘 꺾이고 가슴이 열리는 체형이다. 그래서 이를 극복하려고 다운독에서 꼬리뼈를 아래로 말아내리고 요추 하부를 둥그렇게 말아내는 힘을 준다. 그러다보니 엉덩이가 자꾸 앞으로 나오게 되는 것. 나도 손으로 바닥을 깊게 밀고 발뒤꿈치 쪽으로 무게를 더욱 실어서 엉덩이를 더 끌어올리고 싶다. 그러면 자꾸 허리 하부가 오목하게 들어가려하는 것을 어쩌나. 뭐, 아직 더 수련하라는 뜻이겠지.
미니 컴업을 성공했다.
처음엔 우스트라아사나에서 팔꿈치를 바닥에 내리는 것까지 갔다가 올라오려고 했는데, 허리가 잘 안 풀린 상태라서 힘들었다. 우스트라아사나에서 손끝을 머리 뒤로 뻗는 것은 아직은. 그래서 다시, 숩타비라사나에서 손끝으로 바닥 짚고 정수리 최대한 끌어당겨서 올라오는 것으로 만족.
그 동안 왜 수업만 끝내고 집에 돌아왔을까 싶다. 이제 조금이라도 수련을 하고 와야겠다.
수리야를 할 땐 좀더 적극적으로 더 밀어붙여서 해야겠다. 오늘의 수련을 통해 나의 수리야를 더욱 발전시키고 더욱 느낄 수 있다는 부분에 감사하다.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