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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나 May 23. 2023

요가 수련에서 감정과 마주하기

알아차림

헬스를 하면서 등과 어깨를 강화시켰더니 요가 동작에서 어깨의 유연성이 필요한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다. 무릎을 구부린 에카파다는 되긴 되는데, 무릎을 피려고 하면 전처럼 부드럽게 가지 못하도록 어깨가 꽉 잡혀있다. 그래도 그게 싫지는 않다. 어깨관절이 유연했던만큼 약하기도 했으니. 대신 허벅지 대퇴부가 키워져서 늘릴 때마다 굉장한 자극이 발생되는 것은 매번 새롭다.


올해 초부터 일련의 명상 수행을 거치며 감정을 분리시켜바라보는 연습을 해왔다. 이전에 늘 수련을 했을 때는 몰랐던 것이 지금 하는 수련 안에서 발견된다. 하타 수련에서 내가 힘들고 약한 부분들을 알면서도 그 안에서 버티고 숨쉬고 인내하고 나아가는 과정에 들어갈 때면 짜증이 올라온다. 허벅지 내전근을 늘리고 고관절을 자극시키는 동작을 할 때도 유쾌하지 못한 감정들이 몰아친다. 가슴 깊은 곳에서 마치 지하수가 대지의 구멍을 통과해 보글보글 뿜어져나오듯 감정도 그러하다. 감정을 바라봤다. 대체로 내 자신의 상황이나 내 주변 사람들에 대한 짜증이다. 나는 왜 그 대상들에 대해서 짜증이 날까? 하나의 원인으로 귀결될 것을 직감적으로 안다. 이것들은 대체 어디서 기인한거지?


빈야사 수련에서는 두려움과 무기력함이 밀려왔다. 할 수 없을 것 같고 심지어 하기 싫은 감정. 아, 내가 습관적으로 수련 속에서 이런 감정들을 묵인하고 있었구나. 그 감정을 가지고 무겁게 몸을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생각했다. 나는 지금 이곳에 여행을 온 여행자야. 그리고 이 빈야사는 지금 이 순간만 누릴 수 있어. 어쩌면 내게 다시 없을 소중한 선물이야. 그러니 누리고 즐기자. 선물을 만끽하자. 정말로 가벼워진 마음으로 움직임에 나를 기꺼이 맡겼다.


명상을 하니 보인다. 일상에서 나의 감정들이 치고 올라오는 순간이. 이전에는 눈 감아버리거나 피하거나 그 안에 나를 놓아버렸다면, 이제는 감정을 인지하고 받아들이고 그 뿌리를 탐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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