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초의 인간이었다면 선악과 같은 건 안 먹었을 것 같아.
태령은 소소하게 걸으며 말했다. 과연 그런 유혹에 있어도 너는 아무렇지 않게 할까. 알 수 없음을 알 수 없다는 건 좋은 걸까.
빛이 널 폭행하고 있어.
햇빛에 얼굴을 찡그리자 태령이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 있지 않을까. 폭행을 당할 수 있는 인간이 아닐까.
태령은 도시락을 만들고 피크닉을 가자고 했다. 나는 귀찮았지만 태령이 서운해질 것 같아 따라 나섰다.
위험해.
뭐가.
사람이 이렇게 많은 건 위험하지 않나
코로나 때문에?
사람 자체가 역병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태령은 그럴 수 있지. 하고 도시락의 소시지를 먹었다. 캐첩이 부족한 것 같아. 그럴 수 있지. 괜찮아. 소시지는 고기잖아. 간고기.
간 고기 하니까 이상하다. 갈아 만든 고기라는 건지, 간이 된 고기라는 건지 모르겠네. 둘 다가 아닐까.
태령, 발음하니 세상이 이상하고 아름다워 보인다. 사람들이 저렇게 많은데, 위험해. 집으로 가자. 태령은 싫다고, 빛이 좋은 날이라고 했다.
근데 빛에 폭행 당하고 있다고 했잖아. 내가 그렇게 있으면 좋겠어? 구해줄거야?
모르겠어. 태령은 웃고
나는 울 것 만 같아서
빛에 오래도록 서 있었다.
태령이 증발하기 3일 전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