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현성 Dec 15. 2023

인터뷰

미주씨


한낮의 인터뷰 같은 거였지. 더 관념적으로 더 관념적으로 가고 싶은 쾌락이 있어. 그러나 5층 고객센터에서 하는 건 예의가 아니지. 초파리가 날리네. 바람이 초속 몇 미터로 날아야 초파리가 사라지지. 아, 인터뷰, 그래 인터뷰 중이지. 우리. 어…. 초파리가 있지. 전자레인지에 돌려도 안 죽는대. 너무 작고 빨리 돌아다녀서 그렇다 하더라. 내가 그런가. 아, 그래. 미주. 미주란 이름도 참. 그래. 그러니까  음. 뭘 물어보고 싶은 건지는 아직 모르겠어? 그런데 한편으로 말야. 네가 내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건, 더 관념적으로 더 관념적으로 가고 싶은 쾌락이 있어. 미안해. 그래. 미주라는 이름에 대해 얘기할게. 

그러니까 네가 여기에 누굴 등장시킬만 한 인물은 아닌데 괜히 희주가 등장하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했어. 희주는 사촌도 아니고 이웃도 아니고, 친구도 아냐. 그러니까. 희주라는 이름만 알아. 근데 희주가 보고 싶은 거 알아? 그냥 희주가 보고 싶어서, 희주라는 이름을 검색하고 SNS를 찾아가서 희주를 보면, 그 희주가 희주인가. 무슨 희주인지 알 수가 없어.

혹시 아는 희주 있어? 있으면 소개 좀 시켜줄래. 그러니까. 미주가 희주를 보고 싶어 한다고, 그런 이야기가 이 인터뷰의 주된 내용이 되지 않을까. 나는 초파리. 아, 내가 초파리란 얘기가 아냐. 초파리는 왜 전자레인지에 갇혔을까. 그런 실험을 누군가 했단 얘기잖아. 아, 그건 전해 들은 이야기야. 그래서, 사실 나도 잘 몰라. 그냥 그렇다 하더라. 얼마나 무서운 세상이니. 그렇다 하더라. 그래서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게. 참 초파리를 비참하게 만들어. 나는 그냥 그 초파리에게 희주란 이름을 붙여주고 싶어.

몇 분을 돌려도 초파리는 계속 움직이겠지. 아니, 희주는 그 전자레인지 속에서 계속 계속…. 바람이 불지 않아도 계속 움직이겠지. 어떤 날은 너무 해서. 인간아 좀 그만해라. 하고 가만히 있으면, 근데 그 원리가 마이크로파로 물 분자를 진동시키는 건데. 그거, 희주가 울먹이는 게 아닐까. 아아, 인터뷰. 그래 인터뷰 중이었어. 희주를 본 건 말야. 그때 한낮의 인터뷰에서 시작했지.

지금은 한낮이니까. 언제든 상관은 없어. 희주가 내 눈 앞에 선해. 선할 수밖에 없지. 그렇게 움직이는데, 나도 그래서 움직였어. 나도 초파리고 걔도 초파리었을까. 우리 전자레인지에 갇힌 초파리인가. 위윙. 썩어가는 음식에서 태어나 냠냠. 먹고 날개가 생긴, 여섯 개의 다리가 달린 어떤 벌레. 같은

그래, 너는 고작 벌레에 대한 인터뷰를 하고 있는 거야. 더 관념적으로, 그런 관념으로 가고 싶은 쾌락이 있어. 식초에 미쳐가는 초파리 같은……. 변신도 아니고 변태도 아니고 변화도 아니지. 훗날 인터뷰를 읽는 사람도 어이가 없어서,

아, 그거 알아? 어느 날 식물이 타 죽길래 내가 잎마다 꼼꼼히 썬크림을 발라 주었어. 죽었는지 살았는지. 나는 아직 몰라. 근데 어쨌든 내가 그 식물을 지켜주었어. 초파리로부터. 아닌가. 초파리는, 전자레인지에 있으니까. 어쩌면 그 인간은 그걸 익혀 먹고 싶어 했던걸지도 몰라. 너도 어이가 없겠지. 이걸 읽는 인간이 있을까. 이 문장이 이제는 초파리처럼 움직이면서 마이크로파가 쏟아지는 이야기를 맞이하면서, 초파리. 야. 초파리가 되면 자기가 전자레인지에 있는지 꼭 확인해야 해. 그렇지 않니. 그러니까, 이 인터뷰는 그런 상황을 위한 인터뷰라 생각해. 뭐, 그래서 어느 잡지에 실린다고 했더라. 실린다고. 실린다고. 그런 걸 생각하면 내 이름은 쓰지마. 미주. 아, 그러니까 내 이름은 미주야. 미주를 기억하고, 희주는 내가 보고 싶어했고, 그러니까, 희주야. 널 이렇게 불러볼게.      

이전 03화 증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