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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현성 Apr 16. 2021

유령 냄새

어떤 새들은 날지도 못하고 죽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그런 기분으로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나는 알 수 없는 이유로 고이는 침처럼 기분을 뱉고 싶었다. 다만, 그렇게 하더라도 해결되지 않을 기분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빛이 비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어딜 가나 빛은 피할 수 없지. 양산을 쓴다 하더라도, 일부의 빛에 맞을 수밖에 없어. 


그렇게 생각하니, 어젯밤엔 유령이 내 방에 다녀갔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참혹하지만 잠시 죽은 척해서 살아남은 것 같았다. 그런 날들에 대한 그런 생각들이 하루를 지나치고 있었다. 유실을 잠시 생각하면 좀 나아졌다. 하지만 유실은 돌아오지 않는다. 너무 잘 알고 있는 슬픔으로 너무 잘 알고 있는 나에게 미안해졌다.      

비가 내리리라.

비가 내리리라.     

그런 말투로 하니, 이상하게도 잠이 왔다. 한숨 좀 자고 일어나면, 유령도 오지 않을 시간이 있을 것만 같았다.      

유령을 보니?

아니요.     


어떤 점쟁이가 나에게 말했다. 너는 신내림을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아마 유령 같은 걸 보는 기분이 든다면, 정말 유령이 맞을 거라고.      


그러니까. 유령을 본다는 기분은 유령인가.

그런 생각이 들어서 점집을 나왔다.     


유실은 유령 같은 분위기로 거리를 걷고 있을 것이다. 온 거리엔 유실과 같은 유령들이 가득했다고, 나는 믿고 싶었다. 누구나 공평하지 않은 기분으로 살아간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우리가 되지 못한 건, 유령 같은 유실의 탓.     


이라고

하고 싶었다.      


유령스럽게 사니, 유령이 보이지. 친한 친구가 내게 했던 말. 정말 유령이 보여? 라고 물으면 응. 이라고 대답해야 할 것 같은 호기심에 찬 얼굴로, 그런 얼굴을 하면 모든 게 진실 같아야 할 것 같잖아. 재수없게.     


유령을 보고 있다. 혹은 유실을 보고 있다. 그런 마음

그런 마음을 이해해줄 것 같지 않아. 더 이상 어떤 사람도.

알 수 없는 기분으로

알 수 없는 하루를 산다.     


거리엔 축제가 한 창이었다. 사람이 많을수록, 유령도 많아. 내가 했던 거짓말을 친한 친구는 믿었다. 조심해야 겠어. 유령이 달라붙어 우리집까지 오면 어떻게 하지? 네가 막아 줄거지? 유령에게 말을 걸어서, 얘는 안된다고 말해줄거지?      


응.     

이라고 답하고, 나는 그 친구에게 유령이 달라붙는 것을 보며 막지 않았다. 어디 한번, 유령과 사는 기분을 너도 알아보라고.      

그런 못된 마음이었는데

다음 날, 친구가 유독 어깨가 아프다는 말을 했다. 


나 때문이야. 내가 너를 따라가는 유령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야. 너의 말대로 내가 그 얘는 안됩니다. 라고 말을 안했기 때문이야. 물론 그 유령이 그 말을 듣고 갔을지는 미지수야.     


하지만 확정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이 나에게 있지.     


유령 냄새가 나는

어떤 방에서 나는 이런 것들을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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