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네가 점자로 내리는 눈을 속독하면서 걷고 있습니다. 네가 읽은 세상은 어떤지 궁금하면서도
네가 결국 반성문엔 좋아하는 해변을 그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아마 새들의 깃털을 모아, 배부르게 먹었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해변의 거북이가 이른 것은 사실입니다.
퇴화되지 않는 선에서 모두 안녕했으면 좋겠다고, 너는 말했습니다. 괜히 우리가 가진 짧은 꼬리뼈가 미안해졌습니다. 악필 같은 풍경을 너는 아직도 걷고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의 굴뚝같은 목에선 얼굴이 연기처럼 솟구치고 있습니다. 여전히 태어나기 싫은 표정이지만 프리즘을 통과한 연기라 다채로운 표정들입니다. 사람들은 즐거운 것을 본 것만 같습니다.
다만, 한번쯤, 아니 지금쯤, 너는 의료용 폐기물들이 쌓인 해변을 걷고 있을 것 같습니다. 거북이가 고향으로 돌아와 알을 낳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겨울이라서, 깊게 묻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눈이 오면 왜 겨울의 온몸이 무너지는 것 같을까요.
먼발치에서 우리가 그런 걸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우리의 혼잣말을 들어버렸을 때였을 겁니다.
너는 우리와는 조금 다르고
나름의 이름도, 그때쯤에 생겼던 것도 같습니다.
백내장 같이 흰 새떼가 창문 가득 날고 있습니다. 네가 스스로 안기 위해 웅크려 발톱을 깎는 것처럼, 스스로를 위해 일부를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그 흔적들을 거북이가 스스럼없이 먹었습니다. 어쩌면 너는 거짓말이 아니라고, 흰 새떼들을 푼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 새들이 돌아올 베란다의 모든 화분들을 깨트리니, 작은 숲이 되었습니다. 잎이라는 함성으로 사라지면서……
사람들은 잘 웃고 있습니다.
입안에 옷걸이를 걸어두어서 빳빳한 코트처럼 웃습니다.
재미로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마,
네가 세상을 걸으며 깨달은 것은, 온도가 세계를 보관 중이라는 것과
천사가 나름의 유망직종이였다는 것
그리고 우리는 서로의 사인을 아는 사이라는 정도일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최대한 해변에 가려고 합니다.
해변에 가까운 곳이 아니라
해변에 가까운 것에 말입니다.
눈이 참 많이 내려서 너는 아마 다 알 것도 같지만
거기선
어떤 거북이가 의료용 폐기물을 해치며
방을 낳습니다.
이제 너는 모르겠지만
나는 거기서 태어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