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현성 Dec 15. 2023

햄스터 사냥꾼과 민물고기 어부

친절하고 상냥해

멍청한 

상냥함이었다.     

알 수 없지. 운동장에 버려진 민물고기. 흐르던 액체는 물이 아니었다. 알 수 있지. 축구공을 차며 했던 조난신호. 아무도 찾지 못한 수신호와 수화. 이리저리. 손가락이 굽어가며 만졌던 등뼈. 울퉁불퉁한 지느러미. 부풀려지는 상냥함. 알 수 없는 전도체가 전해주던 전기신호. 사랑이라고 생각해? 손을 잡으며 선을 넘던 줄넘기. 반복되며 떠올랐다가 낙하하고 있어. 순수한 다리 힘으로. 나아가던 민물고기는 왜 운동장에서 비늘 같은 씨앗을 뿌릴까. 깨진 유리병 조각들. 홀. 홀. 하수구에 민물고기를 던지며 우리는 그것을 방생이라 불렀다. 

있지.     

햄스터.     

햄스터를 풀어주었다. 언덕에 나무가 많은 별내의 4단지 공원이었다. 적응해야 할 거야. 방생해주었으니까. 같이 살 수 있지만 살려준 거라 생각해. 겨울이었을 거다. 햄스터의 작은 발자국이 기억나는 것으로 보아 그렇다. 그렇다.

햄스터가, 상냥했다. 사랑이라 불렀으나 누군가는 무책임이라고 답했다. 같이 할 수 있었지만, 더 넓은 세계로 보내는 게 맞다고 생각해. 멍청한 상냥함. 사람이 없던 배려. 사람의 손을 잡았는데, 마음만 선을 넘었더라. 그건 뭐라 하니.      

햄스터.

햄스터라고해.     

안녕.

나는 햄스터다. 

방생으로부터 생존한 

아주 굉장한 햄스터다.     

운동장 구석에 버려진 축구공. 분명 굉장한 조난신호의 감각으로 누군가 슛을 했을 거야. 멀리 갔지만 그물에 닿지 못한. 똥볼이지만

민물고기.     

그래. 민물고기는 축구골대 그물에 걸려 온 것이다. 민물고기를 삶아 먹으면 흙냄새가 엄청나. 뼈가 흐물해질 때까지 채로 으깨어 줘야해. 

줄넘기에 걸려 넘어지면 한 발자국만큼의 도약을 할 수 있다. 그물에 걸려 넘어지면

민물고기

이것은 민물고기라고 해.     

집 초인종을 누르고 돌아온 햄스터가 축구골대 그물에 걸린 민물고기들을 가져왔다. 대단하네. 방생했다고 생존을 바랐던 건 아니었는데.      

돌아왔어.

햄스터야.     

왜 너는 햄스터라 부르지. 네가 떠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보내준 것인데. 감히 햄스터라 부르지 마라. 쳇바퀴 같은 하루를 보내는 건 당연한 건데. 너는 진짜 쳇바퀴를 도는 햄스터.      

있지.

나를 키울 때 말이야.     

그때 너는 나에게 녹차잎이 담긴 원통의 종이함을 나에게 주었다. 녹차향이 가득했다. 우린 적도 없는데, 우린 적이 있는 향이 났다. 나는 그때 확신했어. 우린 운명이야. 이렇게 우리라니. 녹차향의 분위기를 주는 사육장이라니     

살찌고

부풀 거다.     

민물고기를 잡던 

그 모든 계절들이 그러했듯이

이전 07화 원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