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몸은 해감이 덜 된 것 같아. 회충약을 먹고도 뱉어내지 못한 벌레들이 몸속에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질질, 몸을 이끌며 국경을 넘었는데 나라가 없네. 이제 내가 하는 말이 모국어다. 다만 모스부호로 맥박을 받아 적으니, 향을 칠하면 나타나는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 그래, 분명 한때 이 웅덩이는 눈사람이었을 거다. 겨울에는 얼마나 빠르고 동시에 태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을 만큼, 무지개에서 빨간색을 수혈해서 벌레를 토해낼 줄 알았는데 몸에서 나만 불법체류자냐. 갈비뼈를 등 뒤로 접으면 작은 날개라도 될 줄 알았더니 벌레가 된 것 같기도 하고, 내 이름은 예언도 아닌데 대충 유령쯤 되는 사람과 만나 걷다가 여섯 번째 방은 다섯 번째 방의 거울이었다고 거짓말을 하 길래 야, 돌무덤 안쪽 돌과 바깥 돌의 생사가 가리는 경계가 나한테도 있다고 소리쳤다. 근데 고래의 심장은 성인 몸무게의 3배라고 하니까 우리가 뭉쳐도 한 명이 늘 모자라더라. 그때 말야, 걔들을 안아보았을 때 나는 네 어느 부위에 속하는지도 궁금했어, 좌심방 우심방 둘 중 하나의 하트. 세 명의 사랑은 뭐더라. 바람에게도 여진이 있어 나뭇가지 흔들면 매달려 있던 새의 마음이 무너지더라. 위증하는 기쁨도 알고 있지만 코피를 삼키면 스스로에게 물주는 느낌. 따뜻한 코피로 온몸을 씻어야지. 야, 근데 그 당근크림 다 썼냐. 방역차의 흰 수증기들은 순진한 사람들을 우려내 살균 효과가 좋다 하더라. 저건 나중에 사랑할 거니까. 몸 끝을 만지면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겠어. 아열대성 피부질환을 앓다가 저 동굴로 들어가면 끝은 있니. 지겹다 지겨워. 수의를 물감으로 하고 돌아다녔는데, 바디페인팅이라며 박수치는 그림자들. 소리가 안나. 소리가 안 들려. 뭘 해감하려 했더라. 왜 회충약을 먹었지. 뱉어냈더니 내가 나올까봐 두렵나. 더러운, 야. 집은 사람을 폭식하던데. 왜 난 먹질 않냐. 아픈 거 하나는 성실했던 몸인데, 왜 환자처럼 나아지고 그럴까. 고래 무덤을 뭐라 했더라. 지하에 잠기는 기분은 어떤 거더라. 심해에서 날개는 뭐지. 나 펭귄이었던가. 되게 차다. 되게 차. 차가워. 춥다야. 불을 피운다고 마른 뼈들을 가져와서 차곡차곡 우물 정자로 그거 고래 뼈 아니냐. 아닌가. 아니라도 어쩌냐. 향을 연필로 칠했는데 왜 나타나냐. 저건 뭐냐. 벌레들을 왜 주사기에 넣고 있냐. 팔은 왜 걷으라니. 살균 효과는 좋다하더라. 바디랭귀지는 지워주고 가야하는 거 아니냐. 뭘 그린 거냐. 피부질환 있는데 이거 지우는 걸 왜 보여주냐. 뭘 해감 했더라. 왜 나는 방보다 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