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구름이 우울한 모양을 잘 기억해 냈다.
그런 구름의 우울한 모양은 도저히 기억을 안할 수가 없다고
네모, 세모, 동그라미를 피한 그 모습과
그 구름을 관통하는 한 줄기의 빛. 마치
벌 받는 모습인 것 같다고
내가 일어나 하늘을 보려 커튼을 치면 ‘빛 들어오잖아.’라고 한 마디하고 나는 커튼 뒤로 들어가 하늘을 본다. 빛이 없는데, 왜 빛이 들어온다고 하지. 먹구름이 가득했고, 사람들은 우산을 접고 다니고 있다. 하늘을 접으면 어떤 모양인지 알지 못하겠어. 너는 가끔 술먹고 그런 말을 했다. 하늘이 왜 접혀.
너는 따듯한 물 한잔을 마시고 일어나 세수를 하고 양치를 한 다음에 커피를 내려 마셨다. 커피는 맛이 없어. 내가 말하자 너는 맛으로 먹냐, 그냥 정신차리려고 먹는거지. 라 대답한다.
나는 회사로 향하는 지하철에 몸을 맡기며 흔들리면 흔들리는데로, 가끔 한강을 지나치는 노선에서 빛이 강을 비추며 반작용으로 아른 거릴 때, 네가 생각나. 밥은 챙겨먹었을까.
같이 사는데 의미가 있다고, 나는 그런 말을 했는데, 너는 그런게 의미가 없다고 대답을 했다.
하지만 결국 너는 같이 살아줬고, 별 불평, 불만 없이 나와 잘 지내주었다.
3년. 3년이면 족해.
퇴근을 하고 집에 오니 갑자기 너는 짐을 싸고 있었다. 3년이면 충분하다고. 그런 말을 중얼거리면서
헤어지자는거야?
그건 절대 아니지.
그럼 왜 짐을 싸는거야.
그냥 오래 살았잖아. 가족처럼. 연인이고 싶은데 가족 같아서. 우리 좀 떨어져 지내면 연인 같을까 싶어서.
불행해졌다고 생각해?
그건 더더욱 아니야. 그냥 행복했지. 행복하기만 했어. 네가 가끔 커튼을 치는 것 빼고는 모든 게 좋았지. 식사를 같이하고 같이 씻고 일어나 청소도 하고 너무 좋았지. 다만. 나는 집으로 가고 싶은 것 뿐이야. 헤어지자는 건 절대 아냐. 그냥 변화가 있었으면 해.
나는 풀썩 쇼파에 앉아, 짐을 싸는 너를 계속 바라만 보았다. 밥은 먹었어? 아니. 차려먹어 나는 마져 짐싸야해. 그럼 우린 무슨 모양의 구름이지. 그게 뭔 소리야. 아니. 그렇게 네가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아서.
아냐.
그런거.
3일. 네가 나간지 3일이 지났고.
우리는 3일 내내 만났다.
뭐가 다른거지 물어도
너는 그냥 구름을 보면서 아 좋다.
한 마디 할뿐
그럴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