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은 빛 속에서 사람 하나를 잃어버렸다.
꽤나 규모있는 빛이었고 넓고 아주 강렬해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상하게 어둠과 같았다고 영은 생각했다. 정확히 잃어버린 사람에 대해서 무엇인지 영은 알지 못한다. 그 빛 속에 자신의 기억도 빨려들어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은 자신의 일기장을 뒤지기도 했고 사진첩도 보았으나 결코 빛 속에서 잃어버린 사람에 대해서 떠올릴 수 없었다. 그때 이상하게도 바람이 거세게 불었던 것도 같다. 유독, 유독 냄새가 나는 바람이었다. 그 특유의 냄새에 대해서 영은 생각했으나 추측되는 것은 아마 잃어버린 사람의 냄새였다는 것 뿐이다.
우유식빵의 냄새였다. 더 정확히는 타고 있는 우유식빵 냄새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영의 친구들은 애인을 잃어버리는 것은 흔한 일 아니냐면서 위로했다. 친구 하나가 이렇게 말했다.
나도 빛 속에서 사람 하나를 잃어버렸어. 이상하게도 기억이 나지 않아. 사랑했는데, 지금은 사랑하지 않으니까, 뭔가 어디에 있는지, 내가 잃어버린 건지 잘 모르겠어.
영은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았으나 빛 때문에 시력이 조금 떨어졌을 뿐, 다른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의사도 친구와 마찬가지로 이렇게 말했다.
대체로 빛을 본 사람들은 그렇습니다. 뭔갈 잊게 되거나 잃어버리게 됩니다. 근데 생각해보면 그 빛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애초에 없었던 건 아닐까요. 그 빛이 주는 착각이 아닐까요. 그 빛이 주는 환상 같은 게 아닐까. 그런 생각입니다. 아주 과학적인 사실은 아닙니다. 관련 논문은 없어요. 대체로 그런 흔한 현상에 대한 논문은 없으니까요. 당연한 거니까요.
영은 빛이 당연하다는 말에 대해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빛이 있다는 건 당연한 건가.
그러던 어느 날 같은 빛이 영 앞에 나타났다. 영은 빛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잃어버린 사람을 찾기 위해서 일까. 아니면 나조차 잃어버리고 싶은 마음이라서 일까. 알 수 없었다.
단지 영 뒤에 그림자가 아주 길게 뻗어 있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