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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현성 Feb 13. 2022

빛이 휘어지는

미는 빛보다 빠른 것이 싫었다. 그래서 아무 것도 싫어할수 없었다.


미는 대체로 싫어하는 것이 없다고 사람들에게 칭찬받았다. 싫어하는 게 없다는 게 좋은 건가 싶었지만, 어른들은 뭐든지 잘먹고 시키는 걸 잘한다고 좋아했다. 단지, 미는 빛보다 빠른 것이 싫은 것뿐이었는데, 자기도 싫어하는 것이 있는데 남들이 오해하는 것이 싫었다.


그것이 빛보다 빠른 것 이후에 생긴, 두 번째로 싫은 것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빛보다 빠른 것이 싫어서, 아무 것도 싫어할 수 없는데, 오해 받는 것이 싫은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미는 남들이 오해하는 것이 싫은 것을 싫어하지 않았다. 맘대로 생각해라. 라는 마음으로 삶을 보냈다. 아무래도, 빛보다 빠른 것이 싫은 것 이상으로 싫은 건 없지. 미는 생각했다.


빛보다 느린 것을, 미는 좋아했다. 어떤 영화에서는 중력 이외에 차원을 넘는 것이, 사랑이라고 하는 것을 미는 보았다. 그런데 미는 사랑이 차원을 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미의 첫사랑은 그렇게 시작됐다. 


넘을 수 없어. 그런 거야. 너에 대한 나의 마음은 그런 거야. 빛보다 빠르지 않고 느려서 좋아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고, 나는 그런 마음을 좋아해서 너를 좋아하고, 그래서 너는 네 첫사랑이지만, 사랑은 아무래도 빛보다 빠르지 않아서 지나가지 않으니까. 널 오래 좋아하고 사랑하고, 그러고 있다고 생각해.


첫사랑은 잘 이해가 되지 않지만, 어쨌든 빛보다 빠르게 가진 않겠다고 했다. 네가 싫은 것은 나도 싫으니까. 그래서 빛보다 빨라지지 않을게. 그래볼게. 


미는 웃었다. 어떻게 빛보다 빨라지니. 빛보다 빠른 건 없어. 빛보다 빠르면 질량이 무한해지니까. 무거워지니까. 엄청난 힘이 필요해. 사랑은 그정도로 엄청난 힘을 가질 순 없어. 그러니까 나는 너를 사랑하지. 물론.


그때, 첫사랑은 말했다. 사랑은 빛을 이길 수 없구나. 사랑은 빛보다 덜 무거울 수 있겠다. 사랑은 차원을 넘을 수 없지. 


그때, 미는 마음이 휘어지는 것을 느꼈다. 빛이 중력 때문에 약간 휘어지듯이, 어떤 마음의 곡선을 느끼며, 미는 살짝 슬펐다. 슬픈 건 싫은 게 아니니까. 슬프도록 미는 미를 그대로 두었다. 미는 괜찮았다. 


빛보다 느린 시간이 지났다.

이제 미는 병상에 누워있다. 첫사랑도 지나갔다. 이제 남은 자신의 시간이 10초 안팎이겠구나 생각했다.

삶을 돌아보니, 모든 삶이 빛보다 빠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미는 이제 자신의 삶이 싫고

10초가 남은 것에 대해, 앞으로 기억하지 않기로 했다.


미의 첫사랑은 그런 이유로 미의 미움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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