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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 개복치 Mar 12. 2017

타닥타닥 손맛이 살아나는, 기계식 키보드

레오폴드 FC980M 화이트 청축

타닥타닥 손맛이 살아나는, 기계식 키보드


레오폴드 FC980M 화이트 청축


“에이, 그런 게 어딨어.”
“진짜라니까. 와, 안 믿네.”
“자판에 손만 얹으면 글이 술술 써지는 키보드란 말이잖아. 어디서 말 같잖은 소릴 하고 있어.”
“나도 신기했다니까.”

최근 구입한 키보드 갖고 친구랑 옥신각신했다. 그간 일을 설명하자면 이렇다. 시험 때 유달리 책상 정리에 애쓴 경험이 있을 테다. 집중하고자 자리에 앉으면 사소한 것도 불편하게 느껴진다. 두서없이 쌓인 책, 너저분히 흩어진 펜이 정신을 산만케 한다. 정리를 끝내면 시험이 코앞이다. 망한 셈이다.


잡지사 에디터도 대학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사 마감하려고 컴퓨터 앞에 앉으면 온갖 게 다 신경 쓰인다. 내 경우엔, 어느 순간 키보드 감촉(키감)이 불편하다고 느꼈다.

우리가 흔히 쓰는 키보드는 멤브레인 방식. 간략히 설명하면 자판을 통해 키보드 속 고무판을 누르는 것이다. 그런데 꾹꾹, 고무 감촉이 내 손끝을 괴롭혔다. 키감 좋은 키보드는 없는지 인터넷에 검색했다. ‘기계식 키보드’란 놈이 떴다. ‘키 하나하나 스프링이 달려있어 타자기처럼 타건감이 좋다’라고 적혀 있다. 단, 가격이 비쌌다. 쓸 만한 건 10만원이 넘어갔다.

머릿속 지름 논리 진행. 대학생 때부터 키보드를 두드려 왔고, 앞으로도 오래 키보드와 함께해야 하지. 하루 중 가장 오래 부대끼는 것도 키보드야. 자판 치는 재미 덕에 조금이라도 글을 더 쓰면 인생에 큰 이득이잖아. 차라리 술자리를 몇 번 건너뛰자.


택배로 도착한 기계식 키보드 ‘레오폴드 FC980M 화이트 청축’을 책상 컴퓨터 앞에 설치했다. 장식 하나 없는 담백함. 영롱한 하얀빛. 자판에 손을 올려 피아노 치듯 몇 자 쳐봤다. ‘뭐지, 이 반발감은? 쑥쑥 들어가고 통통 튀어 올라. 자판이 손끝과 소통하고 있어.’


손가락과 키보드가 조응하며 글이 술술 풀렸다. 레오폴드(키보드 애칭 붙였다)와 6개월만 함께 하면 나도 꽤 괜찮은 글쟁이가 될 게 분명하다. 그런 키보드로 쓴 게 이따위 글이냐며, 독자들은 안 믿겠지만.

대학내일 이정섭 에디터

PS. 기사에 쓰지 못한 몇 문장
-14만원 몇 천원짜리 키보드다.
-청축은 확실히 사무실용은 아니다.

-무접점 키보드도 샀지만 내 취향은 기계식
-번쩍이지 않는 영롱한 흰색이 아름답다.
-내 돈 주고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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