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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 개복치 Mar 28. 2017

민감한 당신에게 힘 을 찾아줄 최소한의 팁 5선

사람 앞에 서면 가슴부터 떨리는 당신을 위한 실용적 조언

민감한 당신에게 힘 을 찾아줄 최소한의 팁 5선

며칠 전 ‘일하기 싫은 마음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한 기사가 떴기에 옳거니 읽었다. 방법은 다음과 같 았다. “일하기 싫은 마음을 무시하면 됩니다.” 일하기 싫은 마음을 모른 척하면 괜찮아지는 거죠! 제 가 그걸 몰랐네요. …그럴 리가 없잖은가. 세상엔 나 말고도 멍청이들이 많다는 위안만 얻었다. 


비슷한 류의 엉터리 조언이 또 있다. 남들보다 민감한 이들, 그래서 자칫 내향적으로 비치는 우리에게 “자 꾸 해보면 익숙해져. 생각을 바꿔 바깥세상으로 나아가”라는 조언이 그렇다. 민감함은 고유한 성향이 다. 몸과 마음이 세상 자극에 반응하는 정도가 강하기에 때론 지치는 것이다. 과도한 자극으로 상처 입은 이들에게, 지친 마음을 무시하고 자극을 더 받으라니. 그렇다고 한없이 집순이 하라는 게 답도 아니다. 우리는 바깥세상과 어우러져 살아야 한다. 


최근 많은 심리학자들이 민감한 사람의 본질을 이 해하고 이들이 세상과 더불어 살아갈 방법들을 제안하고 있다. 20대 독자를 고려해 그중 가장 돈 덜 드는 팁 5가지를 뽑았다.

대학내일 이정섭 에디터 munchi@univ.me 


1. 가볍게 달려서 가슴 떨림에 익숙해지기 

여럿 앞에서 발표할 때 가슴 떨린 적이 있는지. 흔히들 마음의 문 제라고만 여기는데 그렇지 않다. 몸과 마음은 연결돼 영향을 준 다. 이성과 공포영화를 보면 좋아하는 마음이 커진다는 연구 결 과를 들어본 적이 있을 텐데, 마찬가지 이유다. 가슴이 떨릴 때 민감한 사람들은 자동으로 스스로 겁먹고 있다고 여긴다. 긴장감 과 두려움을 혼동하면 더 두려워지고 더 떨린다. 악순환이다. 악순환을 멈추려면 몸의 반응, 즉 가슴 떨림에 익숙해져야 한다. 


민감한 이들을 연구한 심리학자 일레인 아론은 심장이 적당히 바 운스할 정도의 운동을 제안했다. 이 글을 읽는 이의 성향을 고려 한다면 번잡한 헬스장보단 가벼운 달리기 정도가 적당하다. 머리 칼을 흩날리는 바람에 땀도 날아가고, 혼자 뛰며 마음도 차분해 진다. 책 『운동화를 신은 뇌』를 쓴 하버드대 임상정신과 존 레이 티 교수는 달리기가 뇌 활동을 자극해 똑똑해지기도 한다고 했으 니 일석이조다. 


2. 당당한 자세로 긴장감 낮추기 

제목 보고 신문의 믿거나 말거나 자기계발성 기사를 떠올렸을지 모른다. 나 역시 고개를 갸우뚱했다. 사회심리학자 에이미 커디 의 TED 강의 ‘당신의 보디랭귀지가 당신의 모습을 만든다(Your body language shapes who you are)’를 보기 전까진. 에이미 커 리는 자세가 사람 마음에 영향을 주진 않을지 실험에 나섰다. 참 가자들은 먼저 침을 뱉었다. 침 속에서 자신감 호르몬이라 불리 는 ‘테스토스테론’과 긴장했을 때 나오는 호르몬 ‘코르티솔’ 두 가 지를 조사하기 위해서다. 


2분간 어깨를 쫙 펴는 등 당당한 자세 를 취한 다음 침을 뱉었다. 그다음엔 반대로 어깨를 굽히고, 웅크 리는 등 소심한 자세를 2분간 한 후 침을 뱉었다. 참가자들이 뱉 은 침 성분을 조사했다. 당당한 자세를 취한 다음엔 테스토스테 론이 약 20% 상승, 코르티솔 약 25% 감소, 소심한 자세를 취했 을 땐 테스토스테론은 약 10% 감소, 코르티솔 15% 증가. 고작 2 분이었을 뿐이다. 


에이미 커디의 결론은 이렇다. 자세 좀 취한다고 우리가 완전히 바뀌는 건 아니다. 하지만 자신감 있는 자세를 통해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는 지배할 수 있다. 민감한 당신이 면접 전에 할 일은 자기소개서 한 줄 더 외우는 게 아니다. 화장 실에라도 들어가 앉아 두 팔을 쫙 펴고 여유롭게 있는 게 낫다.


3. 안대로 눈 가려 시각 정보 차단하기 

<동물 농장> 같은 프로그램에서 말을 차로 옮기는 장면을 본 적 이 있는지. 말에게 안대를 씌운다. 덩치에 안 맞게 예민한 말의 시각 정보를 차단해 스트레스를 줄이려는 목적이다. 사람도 마찬 가지다. 감각 자극의 80%는 눈을 통해 들어온다. 자극에 예민한 사람의 경우 시각 정보만 제한해도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눕든 앉든 상관없다. 불만 꺼도 되는데 에디터 개인적으론 안대 를 애용한다. 비집고 들어오는 빛을 막고자 눈 꼭 감는 것도 귀찮 으니까. 


이때 딱 하나 문제는 잡생각이 뭉게뭉게 떠오르는 것일 텐데 비교적 자극이 적은 ‘소리 자극’으로 대체하는 방법이 있다. 이어폰을 끼란 말이다. 나는 팟캐스트로 이동진의 <빨간책방>이 나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을 듣는다. 두 작가의 목소리를 들으 면 편해진다. 심리적인 안정을 준다는 사운드 ‘ASMR’을 듣고 있 어도 되겠다. 바람 부는 소리, 연필로 글 쓰는 소리, 비 오는 소리 같은 게 들린다. 유튜브에 검색하면 쭉 나온다. 


4. 마음을 있는 그대로 쓰는 치유의 글쓰기 

알코올 중독 환자나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글쓰기 테라 피는 여러 나라에서 쓰이는 치유법이다. 그렇다면 민감한 이들에 게 글쓰기가 도움되는 이유는 뭘까? 민감한 이들은 어릴 적부터 소심하다는 비난을 들어왔다. 때론 아무 비난 없이도 스스로 부 끄러워하며 고민을 거듭했다. 자기에게 일어난 일과 마음을 글로 쓰면 억지로 눌러왔던 감정이 표출된다. ‘으…그땐 이랬어.’ 어차 피 나만 볼 것이니 부끄러운 기억도 상관없다. 


쓰면 쓸수록 자기 에게 일어난 일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써놓고 보니 염 소 목소리로 덜덜 떨었던 발표가 딱히 대단한 수치는 아니란 생 각이 든다. 글이란 도구로 자기감정을 써내려가면 삶을 스스로 콘트롤하고 있다는 자신감도 든다. 원하는 대로 쓰는 게 원칙이 지만 몇 가지 조건은 필요하다. 남에게 보여줄 목적으로 쓰면 안 된다. 솔직하게 쓰기 어렵다. 며칠 연속으로 쓴다. 4일 연속 글쓰 기를 제안하는 학자도 있다. 괴로우면 멈추고 다음 날 써라. 마지 막으로, 문법 신경 쓰지 말고 한 번에 줄줄 써라.  

5. 반려식물 키우며 느림에 익숙해지기 

자신을 혹사하는 민감자들을 위한 방법이다. 세상은 남 앞에서 자 신감 있게 말하고, 서스럼없이 행동하는 사람을 높게 친다. 민감한 사람 중 몇은 자기극복하겠다며 외향적인 행동을 습관화한다. 하 지만 민감성은 선천적이다. 바깥으로 나돌며 과도한 관계를 갖지 만 안으론 점점 지쳐간다. 스스로 자신을 탈진시키는 셈이다. 외향성을 억지로 체득한 민감자의 외향 강박을 바꾸려면 반대로 시간을 느리게 보내는 습관이 필요하다. 심리치료사들은 명상을 추천하지만 20대들에겐 여건상 좀 어렵다. 


그래서 제안하는 게 반려식물 키우기다. 스마트폰 게임 속 캐릭터가 터치하면 쑥쑥 자라는 것과 달리 식물 키울 땐 철저히 식물의 스탭에 맞춰야 한 다. 때맞춰 물주고, 잎 닦아주고, 느리디느린 생명을 관찰하는 사 이 느리게 사는 즐거움에 익숙해진다. (덧붙임 : 반려식물은 환경 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꽃집에서 내 방 상황을 말하고 어떤 식물 이 어울리는지 추천받아라.) 


PS 대학내일에 올라간 제 기사입니다


<참고>

책 『타인보다 민감한 사람』 일레인 N. 아론

책 『센서티브』 일자 샌드

책 『운동화를 신은 뇌』

팟캐스트 <지적인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타인보다 민감한 사람’편

TED 영상 <Your body language shapes who you are> 에이미 커디(Amy Cuddy)

책 『글쓰기 치료』 제임스 W 페니베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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