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의 삼염색체

21번 너 이 자식... 들... 잘 지내라

by 오늘


어릴 때 친하게 지냈던 이웃에 다운증후군 아이가 있었다. 내 동생과 동갑이었던 아이. 가끔 귀찮게 굴긴 하지만 아기처럼 귀여웠던 아이. 엄마에게 혼이 나면 형아~ 하면서 형 무릎에 얼른 숨듯이 앉던 아이.

성인이 되어서는, 사회에서 친해진 동생이 어느 날 자신의 언니가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가끔씩 보여주는 가족사진 속의 첫째지만 막내 같은, 귀여운 외모에 장난기가 잔뜩 보이는 포즈를 취하고 있던 그녀. 가족 안에서 무척 행복해 보였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보며 자연스레 배우이자 작가인 정은혜 씨에게 관심이 갔다. 정은혜 작가가 나오는 다큐멘터리나 인터뷰를 찾아보게 됐다. 학창 시절 괴롭힘을 많이 받아서 힘들었다는 그녀는 그때의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대고 "어리니까, 어려서 그랬죠" 했다. 지능이 어린아이 수준이라는 발달장애인의 너무도 성숙한 대답에 울컥 눈물이 났었다.


이렇게, 접점이 없진 않았는데, 그게 다였다. 다른 생각은 많이 해 본 적이 없었다. 나나를 낳고 나서, 나나가 다운증후군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나서야 다운증후군이라는 것이 도대체 정녕 무엇인지 처음으로 궁금해졌다. 인터넷에 다운증후군에 대해 검색해 보았다. 금세 인터넷 창을 통해 빽빽한 글자들로 달려드는 다운증후군은, 내가 봤던 그 사람들의 밝고 맑은 모습과는 사뭇 다른, 어둡고 막막한 질병인 것 같았다. 다행히 나나를 키우면서는 이 질환과 조금씩 친해지고 있는 기분이다. 지금도 내가 다운증후군에 대해 완벽히 잘 알고 있다고는 얘기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제는 그 빽빽한 글자들이 다운증후군을 가진 사람들 하나하나를 결코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다운 증후군의 정의와 관련된 개요는 다음과 같았다.


다운 증후군은 가장 흔한 염색체 수적 이상 질환으로, 약 1,000명당 한 명의 빈도를 보인다. 21번 염색체가 2개가 아닌 3개가 있음으로써 증상이 나타난다. 추가 21번 염색체의 영향으로, 특징적인 얼굴 생김새, 지적 장애, 근육 긴장도 저하 등 대표적인 증상과 징후가 나타난다.


다운증후군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동일하게 21번 삼염색체를 가진 것은 아니다. 삼염색체는 가장 흔한 종류이고, 전위형 다운증후군과 모자이크형 다운증후군도 있다. 전위형은 21번 염색체가 두 개이면서 다른 염색체에 추가로 21번 염색체가 부착되어 있어서 양적으로 21번 염색체가 3개가 되는 형태이고, 모자이크형은 모든 세포가 아닌 일부 세포에만 21번 염색체를 세 개 보유하고 있는 경우이다. 이 중 모자이크형의 경우, 일부 세포는 정상이기 때문에 예후가 다른 경우보다 더 좋다. 그래서 나나의 출생병원 소아과 교수님은 나나가 모자이크형 다운증후군이길 바라보자고 하셨지만, 나나는 정확히 21번 삼염색체 유형의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있었다.


다운증후군과 관련된 보다 자세한 특징으로 먼저 외형에 대해서 인터넷에는 '동그랗고 납작한 얼굴, 피부가 희고 얇음, 미간이 넓고 눈 안쪽에 덧살이 있음, 눈꼬리가 올라가 있음, 콧등이 낮음, 귀가 작고 낮게 위치해 있음, 혀가 크고 약간 앞으로 나와있음, 목이 짧고 덧살이 있음, 손과 발가락은 작고 짧으며 절반 이상이 일자 손금을 가지고 있음' 등으로 설명하고 있다.


나나는 사랑스럽고 예쁘지만, 예외 없이 특징적인 얼굴 생김새를 가지고 있다. 나나는 납작한 얼굴을 가지고 있고, 두상도 납작하지만 이마는 동그랗고 예쁘다. 피부가 하얘서 모든 색의 옷이 잘 어울린다. 미간은 심하진 않으나 조금 넓은 편이다. 눈 안쪽에 덧살이 있는데 자세히 보다 보니 나도 눈 안쪽에 덧살이 있어서 그냥 날 닮은 것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눈꼬리는 자세히 보면 살짝 올라가 있지만 어쨌든 나나는 눈이 참 예쁘다. 콧등이 낮아서 거의 콧구멍밖에 없는 느낌인데, 아기라서 그런가 귀엽다. 귀는 작고 약간 낮게 위치해 있다. 아주 어릴 때에는 귀가 접혀 있는 부분이 도드라지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자세히 봐야 보이고, 그냥 작고 귀엽게 생겼다. 재재는 귀가 커서 바로 옆에서 비교해 보면 재재의 귀가 나나의 귀보다 3배는 큰 것처럼 보인다. 혀는 나와있을 때가 많다. 입이 벌어져 있을 때가 많아서 작은 입술이 자주 마른다. 목은 정말 무척 짧다. 덧살은 없어졌지만 정말, 짧다. 그 때문인지 더 어리숙해 보여서 귀엽다. 손 발도 정말 작고 손가락이 정말 짧다. 그래서 나나의 손은 어린 단풍잎 같다. 그 어린 단풍잎으로 야금야금 장난감을 쥐고 흔들고, 특히 내 옷자락을 잡고 매달리는 모습을 보면 너무 귀엽고 하찮아서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나나는 일자 손금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나나가 지적 장애를 가지게 될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벌써부터 체감하고 있다. 돌이 지났지만 자신의 이름을 전혀 알아듣지 못한다. 모방이 그다지 되지 않는다. 옹알이도 아주 아기의 옹알이처럼 아오... 아... 아유... 하는 모음 옹알이만 계속하고 있다. 다만 화가 나면 나나나나 댜댜댜댜 맘마마마 하는 자음 옹알이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런 자음 옹알이는 주로 재활 치료 시간에 들을 수 있다. 물론 인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분유병을 보고 먹고 싶으면 환영하는 표정과 함께 아 하고 입을 벌린다. 엄마 아빠 할머니 외에 낯선 사람들에게는 안아달라고 팔을 잘 벌리지 않는다. 재재의 얼굴에 자신의 손을 문지르려 하다가 누군가 안돼!! 하면 눈치를 보듯이 슥 쳐다보고 배시시 웃는다.


전에도 설명한 적이 있는 근 긴장도는 여전하다. 나나는 힘이 꽤 생겼음에도 흐물흐물하고 많이 유연하다. 그래서 아기띠 없이는 나나를 잠깐 안고 있는 것도 쉽지 않다. 나나를 안아 들고 조금만 다니다 보면 나나가 내 품에서 흘러내릴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나나는 계속해서 무언가 해 나가고 싶어 한다. 요즘은 자기를 들어 세워달라고 한다. (안아달라는 것처럼 손을 뻗어서 내가 겨드랑이에 손을 끼우면 내 손에 몸을 지탱하고 바로 다리를 꼿꼿하게 세운다. 반면 안기고 싶을 때는 다리를 바짝 구부려 대롱대롱 든다.) 세워놓고 손을 잡아주면 종이 인형처럼 낭창거리면서도 십 초 가량은 버틴다. 그러는 동안 너무나 즐거운지 까르르 소리를 내서 웃기도 한다.



다운 증후군이 있는 사람들이 보이는 그 밖의 증상들은 다음과 같다고 한다.


약 50%에서 선천성 심장 기형이 동반됨, 호흡기계 감염이 잘 생김, 호흡기가 약함, 약 2~3%에서는 십이지장의 선천적 폐쇄가 동반되며, 식도, 소장, 대장, 항문직장의 폐쇄 및 협착과 같은 위장관계 기형과 위 식도 역류 등의 기능적 문제가 나타남, 백혈병의 발병률이 높음, 선천성 및 후천성 청력 손실 발생 가능성 높음, 사시, 근시, 약시, 눈떨림, 백내장, 원추 각막, 눈물샘 기능 장애에 의한 결막염 등 안과 문제가 자주 동반됨, 성장장애 및 저신장, 갑상선 기능 저하증 발생 가능성 높음, 자가 면역 내분비 질환 발생 가능성 높음, 근긴장 저하로 인한 고관절 탈구 발생 가능성 있음, 경추 1번과 2번 사이의 불안정성으로 인한 문제 발생 가능, 정신 건강 관련 질환의 유병률 높음, 피부 건조증, 아토피 피부염, 손발바닥 각피증, 입술염, 백반증, 원형 탈모증 등의 피부질환 유병률 높음 등

나나는 선천적 심장 기형(동맥관개존증)이 있었지만 수술을 하고 더 이상 문제가 없다는 소견을 받았다. 십이지장이나 위장관에는 다행히 문제가 없었다. 못 듣는 것은 아니지만 청력에 약간의 문제가 있어 내년 초에 재검사를 해야 한다. 소리 나는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면 큰 문제는 아닐 거라 생각한다. 안과 진료는 아직 보지 않았다. 사시처럼 보이는 모습이 조금은 있지만 심각하지 않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으로 약을 복용하고 있다. 다행히 수치가 잘 유지되고 있어서 최소량으로 먹고 있다. 피부는 건조한 편이라 로션을 자주 발라준다. 나나는 자신을 제약하는 것을 싫어해서 옷을 갈아입히거나 기저귀를 갈려고 하면 몇 번이나 몸을 뒤집고 퍼덕거리며 소리를 지르지만, 로션을 바를 때만은 기분이 좋은지 눈을 지그시 감고 가만히 있는다. 여하튼, 나나는 앞으로도 다양하고 거친 위기들에 대비하고 살아가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저 수많은 위험 바깥에서 큰 문제없이 지내고 있다.


염색체라는 게 아주 무시무시하고 대단한 거구나, 정보를 찾아보면서 생각하게 됐다. 하나의 염색체에 불청객이 하나 붙었다는 이유로 이 어마어마한 기형과 질병들이 따라붙다니 말이다. 그런데 더 많은 정보를 찾아보면서 알게 된 것은, 이 21번 염색체는 다른 염색체들에 비해서는 무척 짧고 정보량도 적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정도라는 것이다. 다른 염색체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되면, 대부분의 경우 태아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사망할 정도의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그래서 염색체 질환 중 다운증후군이 흔하다고 하는 것이다. 21번 삼염색체를 가진 사람들이 그래도 많이 살아남아 세상에 나오고, 자라나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면 나나에게는 다른 것이 아닌 21번 염색체를 세 개 가지고 태어난 것이, 참 운이 좋은 일이었던 거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인터넷에는 위의 수많은 질병 정보와 함께, 다운증후군을 가진 사람은 고집이 세지만, 사교적이고, 친절하고, 웃음이 많다고 나와 있었다. 염색체가 성격까지 결정하다니 인간이 정말 자기 노력만으로 무언가 스스로 해내는 것이 가능하기는 한 것인가. 의문이 들면서도 마음이 다행스러워지는 정보였다. 이미 여러 번 자랑했듯이 실제로 나나는 자라면서 활기가 넘치고 애교가 많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도 잘 웃고, 낯선 이모 삼촌들과도 약간 낯을 가린 뒤에는 무척 잘 논다. 주사를 맞으면서 한바탕 운 뒤에도 간호사 선생님이 달래주면 여전히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인데도 꼭 웃음을 지어 준다. 왜 천사라고 하는지 알 것 같다. 물론 왜 고집이 세다고 하는지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나나는 요즘 재활 치료를 너무 완강하게 거부해서, 치료사 선생님들과 나를 애먹이는 중이다. 나나가 조금 더 크면 꽤 엄한 엄마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기도 한다.


나나가 아주 아기일 때는 바깥에 데리고 다니면서 나도 모르게 사람들이 나나를 알아보면 어쩌지 하고 마음 졸였었다. 나나의 모습에서 자꾸만 다운증후군의 특징을 찾게 되었었다. 나나가 귀엽고 예쁘다고 생각하면서도 이건 당연히 나 혼자만의 생각일 거고, 다른 사람들은 나나를 좀 이상하게 생긴 아기로 볼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나나를 데리고 다니면서 마주친 사람들 대부분은 나나를 그냥 귀엽고 예쁜 아기로 바라보고 있었다. 어머 아기 너무 하얗다. 여자앤가 봐. 너무 귀여워. 거짓 없게 들리는 말에 안도하면서 부끄러웠다. 엄마인 내가 누구보다 편견어린 눈으로 자식을 바라보고 있었던 거다. 시간이 지나 더 자라면서는 외형의 특징이 좀 더 도드라지는지, 이제는 정말로 낯선 사람들이 나나의 얼굴을 보고 고개를 갸웃 하기도 한다. 그러는 동안 다행히 나는 점점 더 나나를 나나 자체로 보기 시작한 것 같다. 여전히 내가 사람들에게 나나를 설명하는 가장 큰 키워드는 '다운증후군'이긴 하다. 하지만 곧이어 나나의 여러 특징들이 뒤따라 떠오른다. 나나는 나를 많이 닮았고, 아빠도 닮았고, 오뚝이 장난감과 노래가 나오는 인형 장난감을 가장 좋아하고, 떡뻥을 양손에 잡고선 이도 아직 한 개가 겨우 나는 중인데(다운증후군 아기들은 치아가 늦게 난다고 한다) 잇몸으로 와사삭 소리를 내며 먹고, 분유는 식으면 싫어하고, 소고기보다는 닭고기를 좋아하고, 그보다는 과일 퓌레를 열광적으로 좋아하고, 재재의 얼굴을 찌르고 싶어 하지만 엄마의 눈치를 보고, 사운드북을 틀고 싶을 땐 할머니의 손을 들어 책에 얹고, 안겨서 들어 올려질 때에는 반경 1미터가 환해지도록 예쁘게 웃는다. 나나와 함께 지낼수록 나나를 설명할 수 있는 말들은 무궁무진해져 갈 것이다.


지금 바라는 것은, 나나의 21번 염색체들이 말썽을 부리지 않고 오래오래 무사히 함께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돼서, 나나는 똑똑하지는 못해도 건강하고 밝은 아이로 자라고, 나는 완벽하지는 못해도 사랑 많고 편견 없는 엄마로 자랐으면 좋겠다.


귀여운 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