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나는 문제들과 첫 뇌파검사
처음 재재의 뇌를 마주한 것은 아이들이 태어나고 며칠 지나지 않았을 때, 신생아중환자실 한편의 모니터를 통해서였다. 재재의 뇌초음파 결과 뇌량이 확인되지 않아서 MRI를 찍었고, 우리가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그 결과를 보기 위함이었다. 교수님이 마우스 커서로 가리키는 곳을 따라 보면서 뇌량이 있기는 하지만 매우 얇고, 뒷부분은 형성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도 아예 없는 건 아니구나. 그러면 좀 더 희망이 있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을 나도 모르게 하고 있는데 교수님이 조용하고 조심스러운 투이지만 명확히 들리는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런데 MRI 결과 더 큰 문제를 발견했다고.
뇌 주름이 부족하다고 했다. 재재가 35 주생이기 때문에 미숙아로 태어났다고 볼 수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뇌 주름이 상당히 부족하고, 사실 태아의 35주쯤에는 뇌가 거의 다 큰 상태일 거라고 했다. 주름이 더 생길 확률은 희박하다고 했다. 인간에게 이런 종류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구나. 정신이 또 한 번 아득해졌었다. 그러면서도 너무나 건강해 보이기만 하는 재재의 몸짓과 또렷한 눈동자를 봐서 그런지, 아니면 교수님이 내가 충격에 어떻게 될까 봐 걱정을 많이 한 탓에 자기도 모르게 약간은 냉철하게 말해주지 못한 건지, 그것도 아니면 내 정신이 너무 흐릿했던 탓에 설명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던 건지, 나는 그 얘기를 들으면서도 재재의 문제가 나나의 문제보다 더 심각하다고는 차마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덕분에 조금 더 희망 어린 태도로 재재의 신생아시절을 보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들이 점점 드러났다. 재재는 물건을 따라 보는 시각반응이 늦었다. 소리가 나면 그쪽으로 눈이나 고개가 향하는 청각반응도 늦었다. 그러면서도 무척 예민해서 푹 잠들었다가도 비닐 바스락거리는 작은 소리에 벌떡벌떡 깨어났다. 하나만 할 것이지... 알 수 없는 뇌 같으니라고.
재재는 모로반사가 오래갔다. 그 때문에 150일이 지나서까지 잘 때는 속싸개를 하기도 했고, 그 후에도 똑바로 눕히면 파들 거리면서 놀랄 때가 많아 엎드려 재워야 했다. 재우는 것 자체도 힘들었다. 안고 돌아다니거나 두드려주거나 해도 잠에 드는 데 무척 오래 걸리고 그렇게 재운 잠도 오래 유지하지 못했다. 당연하지만 잠도 뇌가 하는 일이었다. 젠장.
기저귀를 갈 때 때때로 다리가 발발 떨리는 것을 보았다. 산후관리사님이 신생아들은 이런 경우가 있다고 크면서 없어진다고 말해주셨었다. 재재의 다리는 신생아 시기가 지나고도 계속 때때로 떨렸다. 재재의 소아과 담당 교수님이 어느 날 재재의 다리를 만져보다가 신경계에 문제가 있어서 이런 것 같다고 말해주셨다. 뇌 구조에 이상이 있기 때문에 신경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몸의 강직은 처음에는 재활의학과에서 들은 소견이었다. 강직이 뭐야. 애가 힘을 많이 주고 있을 수도 있지 않나... 처음에는 무슨 얘긴지 모르고 이런 생각을 했지만 재재의 강직은 곧 나도 명확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심해졌다. 때로는 품에서 잠을 자던 재재가 몸이 튕겨져 나가는 것 같은 몸짓을 하면서 괴로워하는 소리로 울었다. 경련을 하는 걸까 봐 영상을 찍어 병원에 갔을 때 이것도 강직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뻣뻣한 정도가 심해서 몸의 발달도 잘 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발달도 발달이지만, 아이가 힘들어하는 게 훨씬 속상했다.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몸이 굳고 휘어져버리니 영문도 모르고 얼마나 괴로울까. 가끔은 아이가 안쓰러워 미칠 것 같았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걱정되는 것은 경련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증상이 없어도 재재의 뇌 구조로 봐서는 경련이 있었을 수도, 진행 중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 재재는 생후 100일 무렵 첫 뇌파 검사를 하게 됐다. 뇌파 검사는 결과가 어떨지도 무서웠지만 그 과정 자체가 하나의 큰 관문이었다. 아이가 자고 있는 상태에서 검사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아이를 안 재워서 병원에 가야 하고, 약물로 아이를 더 깊게 재우기 때문에 역류 위험을 없애기 위해 4시간 금식을 시켜야 했다. 재우는 약물은 아기들이 먹기에 무척 괴로운 맛이라고 했고, 잠든 상태에서 젤을 이용해 머리 이곳저곳에 전극을 붙이는데 그러는 동안이나 혹은 검사 과정에서 아이가 깨버리게 되면 다른 날 다시 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재재는 이 무렵 재우고 싶을 때는 안 자고 깨어 있어야 할 때에는 이상하게 잠들어버리곤 했는데, 이건 꼭 재재가 아니더라도 100일 무렵 아기의 잠을 조절하는 일은 엄청 어려운 일이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재재는 이때 정말 더럽게 분유를 안 먹을 때여서, 심할 때는 20~30미리만 먹고 거부를 하곤 했다. 그리고 나면 배가 고파서 한두 시간 내로 화가 나는데 그때 먹이면 그나마 조금 잘 먹었다. 검사 4시간 전에 재재가 20미리만 먹고 말아 버리면 나머지 시간의 배고픔 성화를 어떻게 버텨야 할 것인지, 답도 없는 고민을 했다.
상황은 변하지 않은 채로 검사일이 됐다. 검사시간은 10시였고, 5시 40분부터 떨리는 맘으로 재재를 깨워 젖병을 물렸다. 재재는 60미리정도, 많지도 않지만 적지는 않은 분유를 먹고 더 이상은 완강하게 거부했다. 그래도 이 정도면 됐다! 이제부터는 안 재우기 미션이 시작되었다. 채비를 해서 차에 소리 나는 온갖 장난감을 싣고 병원으로 출발했다. 장난감과 함께한 나의 온갖 재롱으로 재재는 똘망똘망하게 카시트에 잘 앉아있었지만, 30~40분 정도가 지나자 불편감에 평소처럼 울기 시작했다. 재재를 달래느라 두통이 일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잠을 안 자고 울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맙소사, 울음이 잦아들면서 재재가 졸기 시작했다. 깨우기 위해 흔들고 박수를 치면 짜증이 나서 재재가 더 심하게 울었다. 너무 심하게 울어서 걱정을 하면서도 계속 재재를 괴롭힐 수밖에 없었다. 뇌파검사 때문에 안 재우려다가 애가 오히려 안 하던 경련을 시작하는 건 아닐까 공포감까지 들기 시작할 무렵 재재가, 무슨 짓을 해도 자기 시작했다. 아니 재재에게 이런 모습이 가능했다니. 이렇게 흔드는데 잘 수 있다니. 언젠가는 평소에도 이렇게 자는 걸까. 몹시 희망적이야. 아니 근데 지금은 안된다. 여러 생각이 오가며 우선 잠든 재재를 안고 검사실 근처로 갔다.
애가 잠들어 버렸어요. 어떡하죠. 하자 깊게 잠들었으면 그대로 검사를 진행해도 된단다! 오 그러면 그 맛없다는 진정 약물을 안 먹어도 되는 건가, 하는 순간 재재가 눈을 번쩍 떴다. 그러면 그렇지. 약을 먹이러 진정실로 향했다. 약물 급여와 검사에 대한 동의를 하고, 금식 여부를 확인하고, 간호사 선생님이 진정 약물을 먹이기 위해 재재의 옆에 붙었다. 지시대로 내가 아이를 비스듬히 뉘여 안고 있으면 간호사 선생님이 주사기에 채운 약물을 조금씩 아이의 혀 안쪽으로 흘려 넣었다. 약이 들어가자마자 재재는 놀라서 눈을 땡그랗게 떴다가, 1초도 안 되어 숨도 쉬지 않고 울기 시작했다. 아이가 삼키지는 않고 악을 질러대서 약이 입 밖으로 반 이상은 흘러나왔다. 간호사 선생님은 안쓰러워하는 표정으로 아이를 달래면서도 한 손으로는 능숙하게 끊임없이 재재의 입으로 약을 흘려 넣었다. 결국 약이 다 들어가고 아이를 들어 안자마자 재재가 한 움큼의 반투명한 액체를 토해냈다. 너무 울어서 그랬나 보다. 다시 약을 먹여야 할까봐 기겁을 했는데 일단 그냥 재워보라고 했다. 커튼으로 막아놓은 작은 진정실로 들어가 최선을 다해 아이를 토닥토닥, 재우기 시작했다.
상당량을 뱉고 토했을 텐데도 약이 들긴 들었는지, 아이는 울음소리가 금세 작아지더니 처음 들어보는 앓는 소리를 하다가 이내 잠들었다. 심박수가 잦아들자 간호사 선생님은 재재의 산소포화도를 확인하면서 우리를 뇌파검사실로 이끌었다. 검사실 침대에 재재를 뉘이자마자 모로반사 때문인지 재재가 온몸을 파닥거렸다. 망했다 싶으면서도 가슴께를 토닥토닥 하자 아이가 다시 잠에 들어가는 것 같았다. 아이의 두 손이 더 이상 파닥거리지 못하게 꼭 쥐고 있자 아이의 발끝이 풀어지더니 입도 살짝 벌어졌다. 그대로 검사장비를 붙이고 검사까지 진행하기로 했다. 아이는 때때로 움찔거리긴 했지만 다행히 계속해서 자고 있었다. 작은 머리에 촘촘히 전극들이 붙었다. 미용실에서 시술을 받는 것 같기도, 외계인에게 실험을 당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한 모습이 되어 웃음이 나오려고 했다. 이 상황에서 '귀엽지 않아요?'라고 말하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으려나 생각하며 꾹 참았다. 검사는 20분 동안 진행되었다. 재재가 혹시 깰까 봐 손가락 위치도 바꾸지 않고 같은 자세를 유지한 채 있었다. 벌을 받는 것 같았다. 앞으로 이걸 몇 번 더 해야 할까. 앞길이 막막해졌다.
검사실 입구 위쪽에 붙어있는 모니터에 재재의 뇌파를 측정한 그래프가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몸도 손도 재재에게 묶여 있고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그 모니터를 쳐다보는 것뿐이었다. 그래프가 무서워서 보기 싫은데도 보기 시작하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래프가 일정하게 잔잔하게 흐르다가 어느 순간 좀 더 큰 물결을 그리면 아는 것도 없으면서 마음이 괜히 철렁했다. 저게 혹시 경련 파는 아닐까. 검사를 담당하는 분에게 물어볼까 말까 수천번 고민하다가 어떤 대답을 들어도 마음이 불편할 것 같아 그만두었다.
검사 시간이 끝나자 검사자가 불을 번쩍 켜고 아이가 별 일 없이 깨는 모습을 보고 나서 검사가 종료되었다고 말해주었다. 머리에 전극을 떼어내자 하얀 풀 자국이 덕지덕지 남았다. 샴푸실로 안내받아 되는대로 물로 머리를 씻어내 보려 했는데 아무리 박박 문질러도 잘 떨어지지 않아서 아이의 꼴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 다음번에는 아기 샴푸를 꼭 가지고 오자. 남편과 이야기했다. 이제 남은 과정은 아이가 잠에서 완전히 깨어난 뒤 분유를 주고, 외래 시간을 초조하게 기다려 결과를 듣는 거였다.
경련 파는 없다고 했다. 아이가 태어나고 병원에 다니면서 들은 이야기 중에 가장 맘에 드는 소식이었다.